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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Nov 03. 2023

퇴직 후 행복한 삶을 살려면?

퇴직 후 삶 관련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퇴직 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각종 독서모임, 쓰기 모임에 참여만 해보았지 진행한 적은 처음이었기에 긴장을 많이 했다. 다행히 다들 좋은 분들이 오셔서 진행자의 역할은 미약해도 저절로 모임이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모두 퇴직하신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이라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와 정보를 얻으시는 것 같았다. 나까지 모두 5명이었는데 수업 끝난 후 한 분이 모두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시면서 4명의 강사를 만나고 가는 기분이라고 하셨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모임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인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을 직장 생활하신 후 퇴직을 하니 처음에는 홀가분하고 나를 위한 시간에 감사했지만 점점 무료해지신다는 분, 혹은 직장과 가정 등 정신없이 타인을 위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나를 위해 살려니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이 서지 않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이 계셨다.


100세 시대라는데, 거칠게 말하면 쉰도 되기 전에 남은 인생 50년의 시간을 떠안고 망망대해에 남겨지는 꼴이 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하고 물었더니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재정 상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다. 돈이 풍족하다고 해도 남은 인생 50년, 짧게 잡아도 30년을 여행만 다니거나 등산만 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이런 인생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응답자들이 ‘퇴직 초기에 느낀 홀가분함은 금세 사라지고, 날이 갈수록 허무함, 막연함, 두려움,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산한 답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질문은 ‘자기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고, 자신에게 맞는 집단이나 사회는 어디인지’를 아는지 물었더니, 응답자 중 ‘안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반을 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두 명 중 한 명은 ‘내가 나를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출처: 오오북스 편집부, 시간 활용의 달인. 서울: 오오북스; 2020. 1-2 p.]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 글을 읽어드렸는데 많이 공감하셨다. 결국 나를 알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어제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를 읽다가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방의 마음도 이해한다.’는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내가 이해 안 된다고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마음도 어쩌면 나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력 또한 함께 떨어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직장 동료가 내가 평소에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했던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분은 일에 미쳐있고 후배들을 괴롭힌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그 직장동료의 말에 의하면 야근을 매일 하면서도 밤에 간식 먹을 때와 같은 잠깐잠깐 시간이 날 때 어찌나 쾌활한지 사무실의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한다. 그분은 업무능력 또한 뛰어나 발령으로 다른 데로 가신 후 남는 직원들이 너무 서운해했단다.



소문만 믿고 어쩌면 그분을 내 맘대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워커홀릭)으로 정의 내렸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분의 삶에는 일이 중요하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예전에 장애인 학교 건립 분쟁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적 있었는데, 어머니들의 인터뷰 영상에서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면서 가슴 아픈 일도 많지만 그 자녀를 통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고 더 크게 세상을 이해하게 되어 행복을 느꼈다는 분들도 많았다. 한때 자녀를 원망했지만 결국 자녀 때문에 더 행복해졌고 잠깐이나마 자녀를 미워한 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나도 함께 울었었다.


내가 보기엔 모든 것을 가져 보이는 사람도 그 안에서 불행할 수 있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도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즉 어떤 외부 조건으로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추측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마다 행복과 고통을 느끼는 지점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퇴직 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모임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이 가는 곳을 향해 갈 때는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과 자신을 가두고 있는 스스로의 고정된 생각 틀을 깨치는 용기가 필요함을 느꼈다.


오늘 퇴직자 모임을 하면서 몇 십 년의 직장 생활하는 동안 나의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하셨다. 사실 직장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묶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아이를 낳았을 때 주변 도움 없이 직장 생활과 독박 육아를 병행하면서 전업주부가 한없이 부러웠다. 하지만 휴직을 해보고 나서야 직장맘과 전업 맘 모두 힘든 점이 있고 그 직장의 유무가 행복을 위한 조건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마음자세나 삶에 대하나 태도가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지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퇴직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고 지금 내가 외부적인 요소에 끌려 산다면 퇴직 후 시간이 많아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잘 살기 위해 더 노력하고 용기를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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