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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Nov 24. 2023

다시 시작

유퀴즈 장기하 편을 보고

최근에 유퀴즈 장기하 편을 보았다. 유재석이 대화중에 갑자기 ‘인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기습 질문을 하였고 장기하는 ‘인생은 파도라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을 하였다. 내가 주인공이고 내 의지로 무엇인가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해 보면 파도 위에 둥둥 떠서 파도가 이쪽으로 흘러가면 이쪽으로 흘러가고 저쪽으로 흘러가면 저쪽으로 흘러가고 수영보다는 파도 위에 떠있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그 말을 듣자 요즘 내가 이렇게 꼭 되었으면 하고 집착하는 일들에 대해 내려놓자는 마음이 생겼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운명에 맞기자 싶었다. 그 운명의 여신이 나를 어디에 데려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다. 일단 좋은 쪽으로 데려갈 거라고 믿어보는 거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컨트롤할 수 없고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성난 파도 같지만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도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수영도 간과하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고 도무지 이해할 수 세상이지만 내 인생을 위해 무언인가를 하고 있는 느낌, 즉 자기 효능감은 중요하다. 밀려드는 파도에 계속 휩쓸리면서도 어찌 되었든 팔다리를 힘차게 내저으며 수영을 멈추지 않는 내 인생을 놓아버리지 않고 가꾸려는 마음 말이다.


나만의 몸짓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거다. 흔들리는 물결, 푸르른 하늘에 나만의 해석을 입히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의 존재의 의미를 지어내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한다.


파도가 밀고 덮치더라도 나는 나의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계속 팔과 다리를 휘저어 보려고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 오히려 나한테 득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팔을 휘저으며 그 과정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보려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고 오히려 후퇴처럼 보일지라도 내 마음이 전진이라고 말한다면 나를 믿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다.


최근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직장에서 행사가 많아 집에 가면 집에 가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정신적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파도에 휩쓸리며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인생의 바다에 그저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큰 행사가 끝나고 이렇게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그것에 감사하다. 힘듦이 있었기에 오늘의 후련함과 행복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정신 차리고 나의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다시 팔 휘젓기 시작해야겠다. 이 글쓰기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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