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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Jun 15. 2024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 날

악성 민원 물럿거랏

근 20년 가까이 직장을 다니며 잔잔하게 힘든 일은 셀 수 없지만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직까지 마음 한편이 아려오는 스트레스 최고치의 일 들이 몇 건 있다. 평균 3년에 한 건 정도 되려나...

어제 일이 그 정도의 임팩트가 있는 사건이 나에게 닥쳤다.  민원 관련인데 아직 해결된 상황은 아니라 자세히 말할 순 없다.


전임자에게 상황 자문 겸 하소연을 하니  본인도 내가 맡은 업무를 하면서 민원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면서 인간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나도 이번 일로 트라우마처럼 인간에 대한 실망감, 회의감이 남을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며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된 것에는 내가 모르는 딱한 원인이 있을 거라 마음을 다스리며 내가 겪은 수모쯤이야 털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으로 인한 피로감, 비상식적인 반응으로 인한 막막함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전개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평소 예측 가능한 일을 좋아하고 불안지수가 높은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가눌길 없는 마음으로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보면서 학부모 악성 민원 때문에 자살한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뉴스를 볼 때는 극단적 선택 외에 다른 길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는데 어제 일을 겪고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공감하는 마음이 커졌다.


직원 남편 이야기도 떠올랐다. 토목 관련 구청 공무원인데 맨홀 관련 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우울증까지 결렸다고 했다.


힘든 일은 몰려서 온다고 했던가

스트레스로 터질 듯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학원에 가 있어야 할 아이가 집에 있었다. 아이는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면서 울고 있었다.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를 한 후 아이는 다시 학원을 갔다.


아이가 간 후 집에 혼자 있는 데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세상만사 다 놓고 싶고, 살기가 싫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스쳤다.

몇 시간을 실컷 울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밥맛이 없어 대충 때우고 무의식중에 유튜브를 켰다. 그 순간 알고리즘을 통해 '위라클'이 뜬 것이다.

박위라는 영화감독 아들이 정규직 전환 축하파티 후 취중에 발을 헛딛는 추락 사고로 몇 년의 혼수상태 끝에 깨어났지만 하반신 마비가 왔다고 했다.


아버지는 사고 전날 아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대견하여  "장가가지 말고 우리랑 계속 살래?"라고 농담을 던졌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정말 우리랑 평생 살아야 할 것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서 왜 쓸데없이 그런 말을 했나 수없이 자책했다고 한다.


많이 회복된 현재도 안간힘을 쓰며 팔로 침대에 혼자  올라가는 모습은 차마 못 보겠다고 한다.

감히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한마디 한마디에서 아들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선량하고 화목해 보이는 가족에게  왜 이렇게나 아픈 사고가 닥쳤는지 어이가 없기도 했다.


살다 보면 특별한 이유 없이 어떤 사건이나 갑자기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박완서가 아들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은 후 하느님을 원망하며 괴로워하다가"왜 하필 이런 일이 나에게 닥쳤나?"에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닥치지 말라는 법이 있나?"라고 생각을 전환한 후 다시 살아갈 힘을 냈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다행히도 하반신 마비라는 큰 사고를 겪은 박위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재활로 현재는 유튜버로 활동 중이며 긍정의 힘으로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게다가 시크릿 출신인 너무나 예쁘고 착해 보이는 송지은과 곧 결혼도 앞두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상황도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한 번쯤을 겪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우연히 나에게도 닥친 것이다.

어제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스쳤지만  우연히 벌어진 더 아픈 사건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모습을 접하니 그에 배하면 내가 겪는 일은 너무나 소소해 보였다.


이런 심적 고통이 내게 온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가장 괴로워하던 순간 우연히 위로와 힘을 받을 수 있는 "위 라클"이라는 채널이 알고리즘에 뜬 것도...

박위는 "죽으려고 했는데 위라클 채널을 보고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다'라는 같은  댓글에 더욱 힘을 내게 된다고 한다.

배우 조여정은 박위와의 식사에서  살기 싫을 때 위라클 영상을 보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같이 우연히 보고 위로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유튜버 '박위'가 존경스럽고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은 흐를 것이고 이 일도 어떻게든 지나갈 것이다.  

그 후에는 더 단단한 내가 되겠지.


이 일이 있기 전 만사 귀찮고 무기력 비슷하게 왔었는데 이 일을 겪으니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에 겨워서 지랄했던 것이다.

현재의 아픔이 더 크게 도약하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자.

제발 다음 주에 별일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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