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많은 사람들과 장기적으로 엮인 사업을 하다 보니 사람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대부분 좋은 분들이지만 강력한 아우라를 풍기는 극소수 몇 분이 아주 힘들다.
며칠 전 생긴 민원 스트레스는 아직도 미해결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이젠 소소하게 자극으로도 예전보다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었다.
어제는 약간 특이한 분이 등장했는데 이분도 진상 부리면 어떻에 하나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음 한편으로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다.
금요일 사건 후 요즘 나의 상태는 특별히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았는데 막연히 힘든 상태다.
사업에 문제는 생기지 않을까 또 무슨 민원이 발생할까 전전 긍긍하고 있다.
마음이 괴로우면 시간에 의지하고 기다리는 참을성도 필요한 한데, 나는 천성이 밝은 편인 반면 참을성은 적어서 성급히 괴로운 감정을 낮추려는 경향이 있다.
빨리 결론을 보고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는 급한 성미 때문에 일이 더 꼬이기도 한다.
어제 새로운 민원자에게 연락이 안 와서 퇴근할 때는 내가 전화해 볼까 하다가 참았다.
메일을 보냈으니 저녁에 보고 메일로 답변을 주시겠지 조금만 참아보자고 퇴근했다.
오늘 아침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는데 아직 수신확인이 안 되어있는 거다.
아~~ 기다리는 거 너무 힘들다.
전임자도 같은 사업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환멸을 느꼈을 만큼 스트레스받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번 계기로 나를 좀 더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스트레스 상황을 못 견디고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급한 성미로 힘들고 손해를 보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살만했다는 거다.
사람은 극한 상황이 되면 거기에 빠져 죽을 수도 있지만 살기 위해 평소에 시도하지 못했던 반전의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극한 스트레스로 나의 성격을 전면적으로 뒤집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 지방 검찰청에 다니는 행정직 공무원인 아이 엄마 친구가 있었는데 교도소 관련 일을 했었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라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형량을 입력하는 것이 있는데 자신이 오타를 내면 감옥에 1년 살 사람이 10년 살 수도 있어서 업무 실수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고 했다.
다른 보직으로 갈 수는 없냐고 물어봤더니 다른 업무는 검사가 범죄자를 취조하기 전 범죄자와 일대일로 사전조사를 해야 하는 일인데 강력 범죄자와 독대한다는 게 너무 기가 빨리는 일이라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 엄마는 매일 경전을 필사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고 했다. 이젠 업무 실수에 대한 집착과 불안을 다 내려놓았다고 했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을 보면서 나도 불교로 전향하고 경전을 필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과에 대한 온갖 상상을 더하며 스트레스받을 게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해결하고 가끔은 '될 대로 돼라'는 식의 내려놓음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플랜 A를 세우고, 그게 안될 경우 플랜 B, 플랜 C까지 세워야 마음이 편하다. 이 치밀함은 긍정적 의미의 꼼꼼함이라기보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 집착에 가깝다.
이런 성격으로 대부분 일을 기일보다 며칠 전에 완료하고, 60점만 맞으면 되는 자격증 시험을 쓸데없이 90점 넘은 성적으로 통과하는 등 소소하게 장점이 있으나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단점이 있다.
생활이 단순하다면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겠지만 요즘 나는 내일을 알 수 없는 민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스트레스로 죽는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 스트레스 덕에 더 나은 삶의 양식을 습득하는 용기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점에 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 간의 소소한 일상 등 기적 같은 행복의 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슝슝 지나가고 있다. 쓸데없는 데 신경 팔려 우울해할 시간이 없다. 인생은 짧고 소중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