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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Nov 05. 2024

영혼이 깃든 기계의 꿈

『MIKE MULLIGAN AND MORE 』



『MIKE MULLIGAN AND MORE 』, VIRGINIA LEE BURTON, 호튼 미플린 컴퍼니 Houghton Mifflin Company, 2002]




작가 버지니아 리 버튼 Virginia Lee Burton Treasury(1909~1968) 미국 매사추세츠 주 뉴튼 센터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캘리포니아에서 보냈으며 원래 무용수가 꿈이었으나 미술을 공부하며 다른 예술적 재능을 키우게 된다. 결혼 후 두 아들을 낳았는데 책이 아닌 만화에만 집중하는 것을 보고 직접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한 권 한 권 써 가기 시작한 책, <The little House>은 자연의 변화, 문명의 이 기 속에서 변화하는 현실을 다이내믹한 화풍으로 화제를 일으켰고 칼데콧상까지 수상하였다.  




이 책에는 총 네 가지의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완전히 일치하는 주제는 아니지만 닮은 듯 각기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옴니버스 스타일의 책이다. 하지만 옴니버스 책으로 구성되어 한 번에 출판된 책은 아니다. 출판물에 따라서는 네 가지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별개의 이야기로 인쇄된 버전도 존재한다.(예:  THE LITTLE HOUSE/1969, Houghton Mifflin Publishing Company) 



그래서인지 이 사실을 모르고 책의 첫인상을 보고 어떤 독자는 다소 놀라거나 의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동화책치고는 내용이 너무 많다고 (202쪽)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 대한 소개 글(introduction)을 시작으로 <Mike Mulligan and His Steam Shovel>, <The little House>, <Katy and the Big Snow>, and <Maybelle the Cable Car>가 연속으로 펼쳐진다. 





               Mike Mulligan and His Steam Shovel(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시공주니어)             


               The little House(작은 집 이야기)             



3. Katy and the Big Snow(케이티와 폭설)


4. Maybelle the Cable Car(케이블카 메이벨)



이들 중 세 가지 이야기는 산업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특수차량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2번은 모티브나 플롯의 흐름 및 주제에서 유사점이 있지만 유일하게 차량이 아닌 '집'이 주인공이다. 마침  The little House만 따로 구성된 책이 있으니 따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1,3, 4번의 주인공 메리 앤 Mary Anne, 케이티 Katy, 메이벨 Maybelle은 산업과 경제가 발달하면서 인류의 삶에서 큰 역할을 했던 차량들이다. 메이 앤은 일종의 증기 굴착기이고 케이티는 트랙터, 마지막 메이 벨은 케이블카이다. 차에 대해 잘 알고 전문적인 지식이 많은 사람은 차량의 특징이나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굴착기는 알아도 증기 굴착기는 처음 들어보거나 트랙터와의 차이도 모르고 케이블카 하면 관광지에서 공중에 떠다니는 것만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혹은 읽기 전에 이러한 정보를 조사하거나 독서 후 자료 보충 조사를 하면 이해에도 도움이 되고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산업혁명 후 자동차가 생기고 발전하면서 문명의 발전은 가속 페달을 밟은 듯 점점 빨라졌다. 그 안에서 개인의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과정이 반복된 것처럼 이 특수차량들도 그 소용돌이의 역사적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 한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취급을 받을 만큼 일을 잘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어느새 더 발전된 형태의 기계 차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입지는 점점 사라져 간다. 기계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 점점 힘을 잃고 슬퍼하는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하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며 일거리를 찾고 어디서든 공헌할 기회를 얻어 꿈을 이룬다. 






Once when the steamroller fell in the pond Katy pulled it out. The highway Department was very proud of her. They used to say, " Nothing can stop her."


한 번은 증기 롤러가 연못에 빠졌고 케이티가 증기 롤러를 구해 주었어요. 고속도로 부서 사람들은 모두 케이티를 자랑스러워했지요. 이렇게 말하곤 했답니다. 


"아무도 케이티를 막지 못해"




p.123 From Katy and the Big Snow







네 번째 이야기 <Maybelle the Cable Car>를 읽다 보면 케이블카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는 실제로 1859년에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공중을 이동하는 관광 차량이 아니라 심한 경사의 언덕, 산과 같은 곳을 운송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한다. 말과 마차가 가기 힘든 지형을 오가는 수단으로 쓰였지만 이후 버스와 전철 등의 등장으로 점점 사용이 줄었다. 특이한 점은 버스와 같은 더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완전히 대체되지 않고 주민들의 투표와 노력으로 노선과 운영이 지금까지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를 배경으로 작가는 아름답고 마음 따뜻해지는 케이블카 메이벨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성격은 다르지만 증기 굴착기, 트랙터, 케이블카는 어려운 환경을 해쳐나가며 인간과의 우정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 삭막한 도시의 일상에서 기계들의 우정과 희망, 꿈과 행복이 느껴지는 책으로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봄을 느낄 수도 있다.



이 그림책들의 이야기에는 독특한 점이 하나 더 있다. 그림에서 뿐만 아니라 글의 배열에서도 시각적인 움직임과 리듬감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 배치는 일반적인 책에서 보는 들여 쓰기나 페이지에 맞춘 문단 배열과 사뭇 다르다. 마치 구불구불한 길을 차량이 지나갈 때의 모습처럼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때로는 다이아몬드 형이 되었다가 네모가 되었다가 세모 형태로 글이 춤추는 듯, 달리는 듯 보이기도 한다. 글의 알찬 내용과 예술적 어울림이 멋진 책으로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차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물론 문명의 이기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에 삶, 인생을 체험하고픈 독자라면 이 책의 내용이 무척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이와 반대로 기계나 차량에 대한 이야기에 거부감이 있거나 서사 위주의 글, 좀 더 단순한 캐릭터가 편한 독자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색다른 동화를 접하고 미처 알지 못한 역사와 상식을 깨닫는 데에 도전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멋진 문화체험이 될 수 있다. 







Some people said, "Too bad... Hate to 


see them go... Progress, I suppose."


Others signed and said, "We'll miss them... What a pity for our City to lose her cable cars... We'll be like any city."


And one person said..."Why do we have to?


We, the people, are the City.


Why can't we decide?"


사람들이 말했다. "안 됐네. 케이블카가 사라지는 걸 봐야 하다니... 기술의 발전 때문이겠지만 말이야."


다른 이들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케이블카가 그리울 거야... 시에서  포기하다니 마음이 아프네... 이 도시도 다른 도시처럼 돼가는군."


그런데 어떤 사람이 말했다..."왜 시에서 그걸 결정하는데? 우리, 시민이 바로 도시의 주인이잖아. 어째서 우리가 정하지 않는 거지?"




p.184 from Maybelle the Cable Car
















* 새로 알게 된 사실과 정보, 상식


굴착기: 초기에는 증기 굴착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증기 기관차처럼 석탄, 뜨거운 물 등을 이용해 동력을 얻었다. STEAM SHOVEL, EXCAVATOR 등으로 불린다. 



트랙터: CRAWLER TRACTOR 이 책에 나오는 용어를 보면 일종의 무한궤도 트랙터이다. 개인적으로 굴착기와 트랙터의 차이는커녕 개별적으로 뭐 하는 차량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굴착기는 큰 건물의 부지를 마련한 상태에서 지하 등의 공간을 팔 때 이용되는 차량 기계이고 트랙터는 길을 새로 닦을 때 흙이나 눈과 같은 물질을 옆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무엇을 밀어내고 치우느냐에 따라 앞부분에 BULL DOZER가 설치되기도 하고 SNOW PLOW가 설치되어 눈을 치우기도 한다.



케이블카: 미국 최초의 케이블카는 험한 지형에서 짐 등을 옮길 때 필요한 길과 차량이라는 의미였다. 


(노면 전차 시스템) 기차처럼 전용 트랙이 있고 그곳에 선이 연결되어 이동하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하다가 버스가 케이블카를 대체할 정도까지 되었으나 샌프란시스코의 주민들은 케이블카 폐기를 반대하는 운동을 실제로 벌였고 덕분에 문화유산이자 관광상품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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