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셋째냐?"
"네, 어머님. 뉴스를 보니 난리던데, 괜찮으세요?"
"아이고, 모르겠다. 저편에 연기가 자욱하니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밤이고 방송이 없어 우선 내일 돼 봐야 알겠다."
"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그래"
며칠째 대한민국은 산불 소식으로 정신이 화산 폭발처럼 뜨거운 홍역을 치르는 것 같다. 끝나기는 할까. 제발 불이 잡혀야 할 텐데.
며칠 전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이제 안동을 거쳐 청송 코앞까지 번졌다고 한다. 청송은 시부모님 두 분이 서로 의지하며 사시는 곳이자 남편의 고향이다. 생각 외로 불길이 빠르고 넓게 번져가는 양상이 심상치가 않다.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며 커지기 때문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어머님의 말소리에 걱정이 앞선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는 엄연히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해가 나와 가까운 가족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몇 년 전 그 넓은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사건이 떠올랐다. 기사를 다시 찾아보니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에까지 끊이지 않았던 대규모 산불이었다. 아, 이런 재해가 다시는 일어나질 않길 바랐는데 생명을 위협하고 불안에 떠는 일은 왜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알고 보니 의성에서 난 불은 성묘객의 실화(失火)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산림청 및 소방청에서는 목숨을 걸고 진화를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람과 건조한 대기 등 환경적 요인으로 불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멀리서 안타까워할 뿐이지만 이런 난국일수록 견실한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고 국민이 힘을 합해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제 잠시 밖으로 나간 시간에도 먼지 섞인 모래바람에 눈이 따가워서 힘든 외출의 시간이었다. 하물며 화재의 현장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렵겠는가.
저녁 내내 시댁 식구와 우리 가족은 거의 패닉 상태로 뉴스를 확인하고 상의하였다. 어느 순간 시부모님과 전화 연결이 안 되어 형제들은 서로 발만 동동 구르는 순간도 겪었다. 첫째는 군대에서 소식을 듣고 걱정 어린 전화를 했고 지인들의 문자가 쏟아졌다. 심지어 나의 원어민 선생님조차 한국의 소식을 듣고 어디 기부할 데 없냐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셨다.
늦은 밤 겨우 연락이 되었고 많은 일이 있었다. 추측이지만 주변 기지국이 타서 그런지, 통신에 장애가 생겨서인지 핸드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청송의 주민들은 주변 연기에 정신이 없으셨고 근처 냇가로 잠시 피신하시기도 했다고 한다. 공공시설이 많지도 않은 오지, 그나마 그런 시설에는 사람이 꽉 차거나 위험해 서라며.
남편은 결국 새벽 4시에 청송으로 출발했다. 의성과 안동을 거쳐가야 하기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부모님이 위험한 곳에서 공포에 떨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나는 그 마음을 알기에, 그저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산 너머로 연기가 보일 정도지만 아직 대기하며 지시를 기다리고 계신 시부모님이 제발 안전하시길……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3월 26일 청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