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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정을, 나는 수치를

(CITY OF NIGHT BIRDS)

by 애니마리아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다 할 필요는 없는데. 있잖아, 사실 난 네가 정말 부러웠어."

내가 말했다. 나는 늘 소피아의 결점에 주목했고 제대로 칭찬하는 법이 없었기에 부끄러웠다.

"나도 너를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나타샤. 가끔은 네가 나한테 뭘 원한다는 걸 알면서도 난 애써 그걸 움켜쥐고는 주지 않았어."

'You didn't have to do all this for me, ' I said. I was ashamed that I had always focused on her flaws and never given her enough credit. 'You know, I was terribly envious of you.'

p. 327/『 CITY OF NIGHT BIRDS 』



연인에게 상처받고 친구를 만나러 갔지만 바쁜 일정에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못한 나타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의 거리에서 교통사고로 나타샤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은퇴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에 우울증까지. 설상가상, 러시아에서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오해를 받아 출국 금지 상태까지 겪는다. 도움을 청한 주변의 친구들의 반응은 데면데면하고 오히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친구, 소피아가 나타나 물심양면 나타샤를 돕는다. 매일 밤 찾아와 위로해 주고 돌봐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친구로서. 한때, 가난한 자신이 누릴 수 없는 온갖 혜택을 누리는 소피아를 부러워하고 실력을 키우는 강한 동기로 삼았던 자신을 고백한 것이다.



십 대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과 묘한 갈등, 서툰 우정 사이에서도 잘 성장한 두 사람. 불행 속에서 다시 만난 나타샤와 소피아의 따뜻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내게 떠오르는 어릴 적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수치심과 함께 떠올라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 그대로의 순진함과 무심함을 좋게 봐주고 다가온 친구에게 나는 정작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시간의 간극과 공간의 확장 속에서 멀어진 그 친구가 유난히 자주 생각난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하고 더 오래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제는 나처럼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되어 있을 친구를 다시 만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움이든, 사과의 말이든 전할 수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지음 같은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만나는 이웃과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눌 때조차 생각나는 친구. 그 친구에게 다 하지 못했던 다정함과 미소를 잃지 않으려 한다. 보속 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때 기억하려 한다. 나의 작은 정성이 공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길. 그 친구가 보고 한때 어리석었던 내 마음을 느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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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2025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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