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1(아이의 군입대 일주일 전)
작년부터 세운 계획,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 아이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평생 이런 경험이 있을까 싶어 처음에는 메모도 엄두를 못 내다가 중간에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5일 차였고 매일 기록하려던 계획은 어그러졌다.
그날 기록한 심정이 남아 있다.
'아직 진행 중이니 맛보기 정도로 기록하고 귀국 후 주제별 등 여러 방법으로 여행기를 정리하는 게 낫겠다' 라고.
겨울에 떠난 여행, 벌써 반이 지났지만 그동안 일어난 일을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일어난 듯하다. 너무 과장이 심했나? 어쨌든 이번 여행만큼은 최대한 기억하고 싶고 특별히 다루고 싶었다. 여행이 끝나자마자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첫째 아이를 위해서라도. 물론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고 나만의 착각이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 소식으로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꽤 쉽게 취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꽤 오래전부터 소망하고 준비하던 가족 여행이었고 코로나의 충격과 크고 작은 문제 등이 발목을 붙잡았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안드레아는 회사 일정과 도저히 맞지 않아 아이들과 나, 이렇게 세 사람이 일본 삿포로와 오사카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진행 중이라 시제 처리가 애매하다. '여행 중이다. 여행을 하고 할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라 일본으로 가기 전 맑은 하늘의 모습이다. 이때만큼 여행이 기대되고 설레는 때가 있을까.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 도착, 우여곡절을 겪고 긴 기다림 끝에 삿포로 내 호텔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겨우 끊었다. 이번 여행의 리더는 내가 아니다. 모두 아들의 계획과 안내로 진행할 수 있는 여정이다. 나는 그저 옆에서 도울뿐, 아니 도울 마음만 있었지 실제로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 경우가 많았다. 이때만 해도 정말 그렇게 될지 몰랐다.
'중간중간에 짬을 내어 간단하게 기록을 하리라' 마음먹고 노트북을 가져왔으나 상황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인생 자체가 계획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긴 하다. 다른 필수 짐, 가방에 노트북을 끼워 넣는 것도 일이었고 어디 놓고 우아하게 글을 쓸 공간과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몸의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프거나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을 새로 해야 했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막상 시간이 난다 해도 차분하게 글을 쓰기보다는 쪽잠 자듯 한 보따리 가져간 책을 잠깐 읽기도 버거웠다. 혼자 간 여행이 아니기에, 이번 여행은 내 인생에서 다시 있기 힘들 여행이기에 더욱 그랬다. 바로 성인이 된 첫째, 곧 성인이 될 둘째 하고만 하는 여행, 이 소중한 존재들 앞에서 괜한 멋을 부리며 작가 코스프레를 하고 싶진 않았다.
호텔로 이동 전, 점심이 애매해 늦은 공항 내 식당에서 해결하게 되었다. 공식적인 일본에서의 식사! 맛이 나쁘지 않았다. 입맛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현지식을 최대한 즐겨보자는 아이의 의견이 현명하게 들렸고 그대로 따르려 노력했다.
호텔로 가는 길, 5시만 되어도 깜깜해지는 일본, 삿포로가 대도시에 속하는데도 뭔가 스산하기도 하고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침 최근 재독하며 번역 연습을 하고 있는 책, Cold Enough for Snow 도 연상되어 한 번 찍어 보았다. 춥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한 기분,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았다.
삿포로는 눈, 눈의 도시다. 풍경은 아름다우나 내겐 너무 춥고 걷기 힘든 도시이기도 했다. 중앙에 보이는 니카상이 유명하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아마도 한국인 등 관광객이 다수일 듯하다.
숙소와 시내를 오가는 중간 오도리 공원에 있는 시계탑이 인상적이다. 훤히 보이는 시계도 좋았고 깨끗하고 잘 녹지 않는 눈, 곳곳에 서 있는 눈사람이 잘 어울렸다. 아이들과 걸어가는 이 공원의 산책이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천사를 만들고 싶어하던 아이를 말릴 때의 안타까운 마음이란. 낭만도 좋지만 옷이 젖어 감기가 들 아이가 걱정되었다.
'음, 엄마가 미안해. 너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지 못해서.'
둘째 날, 아이들은 비에이 투어 나는 혼자 남아 근처 카페에 들렀다. 조용하고 넓은 공간에 공부 및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좋았다. 특히 한 직원이 한국어를 할 수 있어 편안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가격은 비쌌지만.
셋째 날은 홋카이도 신궁 방문이 주요 일정이었다. 민족 종교지로 건물 자체보다 가는 길 자체가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한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길이 출구에 펼쳐져 사진을 찍게 되었다. 한국인 관광객, 중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인 듯하다. 그래도 좋았다. 한국보다 시끌벅적하지 않아 좀 더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어서다.
오후에 접어들어 춥고 지친 나를 위해 카페를 찾던 중 초콜릿 팩토리에 들렀다. 여기서 아이들은 일본 쿠키 만들기 체험, 나는 그곳 카페에서 애플티를 마셨다. 마침 안내받은 자리가 좋아 맞은편에 시계탑이 보이고 한동안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아, 내가 일본에 있구나. 동화 속에 있는 느낌이란 이런 것.
넷째 날, 러시아 위치에 있는 삿포로에서 제주도 위치에 있는 오사카로 오는 길은 정말 멀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시간보다 많은 거의 세 시간, 수속 절차까지 합하면 거의 하루 종일 걸렸고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전에 안드레아와(그때는 나만 빼고) 보았던 몬트레이 호텔이라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이들이 어서 나가자고 재촉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