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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ul 22. 2024

강물도 굽이굽이 여울목을 만난다


TITLE: GO AS A RIVER


PUBLISHER: Transworld Publishers


PUBLISHED in 2023


AUTHOR: Shelley Read



  * 작품 속으로 Plot: 17살의 소녀 빅토리아 내쉬는 콜로라도의 한 작은 농장에서 아버지와 남동생, 이모부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빅토리아가 어릴 때 친하게 지내던 사촌, 이모와 함께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고 이후 아버지는 웃음을 잃어버리고 그저 무뚝뚝한 일꾼이 되었다. 남동생(세스)은 언제, 어디서 튈지 모르는 악동이자 사고뭉치를 넘어 때때로 누나를 위협하는 잔인한 반항아였으며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이모부까지 있었다. 


  집안의 유일한 여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는 죽인 채 순종적인 자세로 가족을 챙기는 데에 급급했던 빅토리아는 어느 날 마을로 들어서는 '윌슨 문'이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윌슨은 허름한 옷차림에 어두운 피부색의 인디언이었지만 자존감이 바닥이던 빅토리아에게 미소와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었다. 가족 누구에게도 인정이나 평온함, 위로를 느낄 수 없었지만 빅토리아는 자신을 위해 위험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윌슨에게 빠져든다. 당시 인종차별과 모욕적인 대우는 물론 불법적인 행위가 여전했던 시기임을 감안할 때 빅토리아와 윌슨이 겪어야 했던 일은 끔찍하다는 말로 형언할 수밖에 없는 비극이었다. 


  두 사람 사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동생 '세스'는 처음부터 윌슨에게 싸움을 걸며 도둑으로 모함하는 등 악행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거짓으로 윌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후 윌슨을 잡아 현상금을 타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남몰래 사랑을 키워가던 빅토리아는 갑자기 보이지 않는 윌슨에 불안해하다가 우연히 그가 외딴 강가에 살해되어 버려진 사실을 듣게 된다. 온몸의 피부가 잔인하게 벗겨진 채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빅토리아는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윌슨의 실종 전후로 이상한 행동을 보이던 남동생을 의심하지만 증거가 없다. 게다가 빅토리아는 윌슨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지만 가족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의 처지가 드러나면 아버지에게 마을의 비난과 모욕이 쏟아질 것이 걱정해 만삭이 돼가던 어느 날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홀로 길을 떠난다. 인적이 드문 산으로 올라가 아무런 도움도 없이 아들을 출산한 빅토리아는 추위와 배고픔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을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젖은 말라가고 아이도 울며 점점 죽어간다. 그때 기적처럼 나타난 캠핑 가족이 빅토리아의 시선을 잡아끈다. 빅토리아는 아들을 위해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하는데… 과연 빅토리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윌슨을 죽인 살인자를 찾을 수 있을까? 찾는다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아있는 가족과 다시 해후할 수 있을까? 



  1948년 1971년이라는 시기를 챕터 구분의 기준으로 삼아 한 소녀의 굴곡진 인생의 여정을 다룬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가족사와 시대의 굵직한 사건 속에 휘말린 사람들에 영향을 받고 함께 살아가면서 사랑하고 아픔을 겪으면서도 삶을 이어간다. 누구나 인생에서 겪는 사건과 고비가 다양하지만 소설 속 빅토리아는 자신에게 닥친 인생의 파도에 부딪치고 부서지고 떠밀려가기도 하는 연약한 소녀에 불과하다. 파도는 빛에 반사되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 정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쓰나미처럼 연속적으로 몰아쳐서 정신을 차릴 수 없기도 하다. 파도를 대하는 소녀는 어떠했을까? 멜빌의 「모비딕 Moby Dick」에 나오는 '에이합 선장'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복수를 꿈꿨을까? 「파친코 Pachinko(이민진)」에 나오는 '선자'처럼 오로지 자식, 가족을 위해서 이를 악물고 버텼을까? 아니면 또 다른 선택으로 전혀 다른 길을 갔을까? 



 빅토리아는 약하지만 결국 엄마로서 딸로서 강한 사람이 되었다. 원래부터 강인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닥친 큰 파도는 절대 평범하고 약한 강도를 지니지 않았다. 위협과 공포에 잠도 못 이루고 우선 도망부터 치고 보는 약한 동물과 같은 여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파도와 싸우지 않았다. 파도를 이기려고 경쟁하고 극복하려고 발악하지 않았다. 파도를 온몸으로 맞되 그 파도가 지나가길 바라기도 하고 그 파도에 자신을 맡긴 채 타고 지나가기도 했으며 파도의 횡포 속에서도 작은 정원을 가꾸었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조용히, 다소 지루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듯하다가도 예상과 달리 이야기가 흘러가 당황스러울 때도 있을 것이다. 언뜻 어떻게 대응했을지 지레 짐작하다가도 다른 전개, 다른 선택, 그리고 '아, 그랬구나.'처럼 수긍하게 만드는 아련한 윤슬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사건 곳곳에 연결점으로 혹은 일부처럼 잘 녹아 있는 자연 생태와 아름다운 자연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기도 하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순간, 선택의 순간마다 빅토리아에게 힘이 되어준 말이자 이 제목이기도 한 문구가 처음 언급되었을 때를 펴 보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가리라. 할아버지는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하셨어."


윌슨이 말했다. 나는 윌슨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다음 날 만날 계획을 세웠다. 


  "I'll go as a river, " said Wil. "My grandfather always told me that it's the only way."


 I nodded as if I understood what he meant, and we made plans to meet the following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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