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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니까 양보하라고?

by 애니마리아


<하맹순과 오수아>(글 은영, 그림 최민지/웅진주니어, 2024)


장르:창작동화, 평점: ★★★★☆




"내가 먼저 좋아했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양보해. 우린 친구잖아!"


"언제부터 좋아했는데?"


"같은 반이 된 순간부터!"


오수아는 교실로 들어서는 강한별을 처음 보는 순간 좋아했다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운명이라고 생각했대.




<하맹순과 오수아>p.10







작가 은영은 <숨은 신발 찾기>(문학동네, 2019년)로 제19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수상을, <일곱 번째 노란 벤치>(비룡소, 2021년)로 27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다. 두 권 모두 창작동화이며 올해 여름에 세상에 선보인 새로운 창작동화 <하맹순과 오수아>는 특히 다소 코믹한 제목과 순수 그래픽 노블이 주는 상징성이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10 살배기 두 소녀는 서로 시소 타는 것을 즐기는 단짝이다. '하맹순'과 '오수아'라는 이름처럼 생김새는 다르지만 공통점도 많다. 시소 타기는 물론 보라색과 하트 모양 사탕도 좋아한다. 문제는 좋아하는 남학생도 같다는 것. 바로 늘씬한 키에 아이돌 외모를 지닌 남학생 '강한별'이다. 맹순과 수아는 시소를 타타가 서로 자기가 한별을 좋아하겠다고 상대에게 양보를 강요한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시소처럼 각자의 고집은 비등비등하다. 강한별과 같은 반이 된 순간부터 그 애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수아의 말에 맹순은 바로 되받아친다. 자신은 그 이전인 유치원생 때부터 좋아했다고. 한별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까지 보여주자 수아는 기분이 상해 인사도 없이 집으로 가버린다. 기껏 좋아하는 남자애를 두고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버린 걸까? 그렇다면 한별에게 고백해 사랑을 쟁취할 사람은 누가 될까?



그림책의 경우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표현된 등장인물의 모습, 배경 그림은 책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 동화는 특히 곳곳에 숨겨진 보물찾기 지도의 단서처럼 곳곳에 박혀 전달하는 메시지와 상징의 역할이 눈에 띈다. 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만화 같은 장면의 설정도 그렇고 단짝 친구 사이의 짧고 강렬한 갈등의 양상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예고한다. 책을 통해 감정을 나누다가도 한 친구의 욕심 섞인 제안에는 기를 쓰고 반대하는 또 다른 친구의 외침이 귀여우면서도 살벌하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표지의 제목이 다시 보이며 맹순이가 독자를 마주 쳐다보며 다소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나랑 같이 시소 탈래?"


상냥하고 따뜻한 제안이지만 왠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 그러고 보니 코가 빨갛게 부어 있다. 맹순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수아는 어디에 있는지 본 내용을 읽기도 전에 앞으로 생길 사건이 궁금하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웃음이 절도 난다. 당당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대사로 시작하는가(p.4) 하면 좋아하는 감정을 액면 그대로 표현한 대사가 연속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끈다(4. 나는 한별이의 이상형!' 매 장이 시작될 때마다 맹순과 수아의 시소 타는 장면이 내용에 맞게 '미리 보기'내지는 '섬네일'처럼 눈에 띈다. 맹순과 수아가 시소의 양 끝에 앉아 있고 어떤 장은 맹수 쪽으로 어떤 장은 수아 쪽으로 시소가 기울어져 있다. 표지처럼 평행선을 그리며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친한 친구 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여겨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과 어색한 시선이 흐른다. 각 장의 소제목이 없어도 두 소녀의 시소 타는 모습의 기울기가 앞으로의 사건을 예고하며 독자에게 흥미로운 사건을 읽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의 여러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맹순과 수아 외에 다른 몇몇 중요한 캐릭터가 나돈다. 갈등의 씨앗이 되는 멋진 남자, 강한별과 맹순의 동생 맹도, 두 사람의 또 다른 친구인 은지와 훈이. 이들 조연은 맹순과 수아 사이를 오가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사건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양념으로 작용한다.



맹순이라는 이름이 요즘 세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야기 중간에 그에 대한 사연이 나오기는 하지만 읽기 전에는 일부 독자에게 오해와 편견을 줄 소지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책에 흥미가 생기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족이 늘 화목한 것은 아니듯 친구 사이라고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친구를 사귀며 힘들어하기도 하고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친구에게 질투심을 느끼거나 양보해 주길 바라기도 한다.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는 순간도 있으나 비슷한 고민을 나누며 가족에게 밝히지 못하는 비밀을 공유하기도 한다. 어린 독자들은 물론 누군가에게 용기를 내어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이들의 순수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며 동심의 세계에 풍덩 빠져드는 어른 독자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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