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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윽 Jul 03. 2022

세상에 나온 지 180일이 된 우리 아들 원이에게

아들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

나의 원아

네가 이 편지를 스스로 소리 내어 읽을 수 있을 때쯤엔 귀여운 어린이가 되어있겠구나.

22년 7월 3일 일요일 지금 원이는 안방에 있는 엄마 아빠의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여 낮잠을 자고 있지. 원아 아래 사진 보이니? 우리 원이가 이렇게 작았단다.


얼마나 깊게 자는지 움직이지도 않고 쌔근쌔근 아무 걱정 없이 자는 원이의 모습을 보면 아빠는 원이가 부러우면서 내심 행복하단다.


원아.

180일의 너는 참으로 약하고 여렸단다. 엄마와 아빠의 도움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단다. 원이는 이제 혼자 화장실에서 응가를 싸고 스스로 똥꼬를 닦을 만큼 컸겠지?


180일의 원이는 혼자 응가를 해결할 수 없었단다. 분유만 먹던 원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며 응가 양이 부쩍 많아졌다는 엄마의 말만 들었었지 오늘에서야 아빠 눈으로 직접 너의 응가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어.

녹색의 진한 녹차라테가 기저귀에서 넘쳐흘러서 등을 타고 쭉 퍼져 나오는 걸 한 번 보고 잠시 휘청였지만, 끙하고 힘주는 원이 얼굴 표정 한 번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단다.


원아 너를 생각하며 처음으로 쓰는 편지인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많이 고민하다가 응가 얘기만 했구나. 원이의 응가를 본 아빠는 원이한테 이 말을 하고 싶었어.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다오.


이 말이 아빠가 원이에게 해주는 첫 번째 바람이란다. 180일의 원이가 이유식 잘 먹고 시원하게 응가를 싸는 것만으로도 아빠와 엄마는 네가 건강한 거 같아 감사할 따름이란다.


잘 먹고 잘 뛰어놀고 잘 자고 쑥쑥 크거라.

원아. 지금처럼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알았지?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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