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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윽 Aug 02. 2022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두 가지

분열되는 내 자아

찾아보면 사실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들은 세상에 많을 것이다.

그중에 이번 글에서는 두 가지만 써보려 한다. 


1. 달리기

달리기는 태어나서 가장 처음 접하는 운동이 아닐까 싶다. 걷게 되면 그다음은 뛰니까. 가장 빨리 쉽게 접하는 운동인 만큼 달리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운동이다. 하지만 달리기를 쉽거나 간단한 운동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달리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쉬지 않고 30분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달려본 사람은 안다.

뛰다가 슬슬 한계에 도달하면 다른 자아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에게 스스로 묻는다.

'멈추면 어때? 달릴 수 있겠어? 오늘은 좀 어려울 거 같은데'


그런데 이 질문을 받는 와중에도 두 다리는 멈추지 않고 뛰고 있다. 그러면 다시 다른 내 자아가 나한테 말한다.

'아직 괜찮은데?'

계속 뛰는대도 아프지 않은 다리가 원망스러울 때도 생긴다. 아프면 멈춰서 좀 쉴 텐데. (나중에 달리기를 하며 러너스 하이를 체험하면 두 다리가 멈춰지지 않는 단계가 있다고도 한다.)


힘드니 살짝 멈춰보자는 자아와 아직 살만하니 더 달려보라는 자아 둘로 쪼개져 내 속에서 끊임없이 싸운다.

이 싸움을 계속 지켜보면 시간은 흐르고 목표했던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 분열된 자아는 이내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나의 내적 상태는 그제야 다시 평화를 찾는다.

 

달리기라는 운동은 힘들어서 언제나 사람을 미치게 한다. 언제 뛰어도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 항상 힘들다. 아직 주법이나 호흡이 나에게 맞지 않아 그럴 수도 있지만 달리기 자체가 그냥 힘들다. 주법이나 호흡을 훈련한다고 해도 달리기는 어렵고 힘든 운동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가 따분하고 지루해 보이지만 내 쪼개진 자아를 타이르다 보면 어느새 끝나버리는 정신없는 운동이다. 


마라토너가 달린 42.195km 기록을 시간으로 나누면 100m를 11초대에 달리는 속도라고 한다. 이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2시간을 넘게 달린다. 달리기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하는 운동이 확실하다.


2. 육아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인다. 왜냐? 주위에서 누구나 다 하는 것 같으니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고모도 이모도 친구도 후배도 선배도 누구나 다 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육아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먼저 육아를 하려면 출산이나 입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출산을 하기 위해선 임신을 해야 한다. 임신을 하기 위해선 연애를 해야 하고(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만 아직 연애도 못하는 34살 내 친구 민수야 힘내라).. 입양은 해보진 않았지만 매우 까다로운 절차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새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 와이프와 굳게 마음을 먹고 가족계획을 해서 아주 귀여운 나의 아들을 만났지만 나의 7개월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아직 아빠로서 다 터득하지 못했다.


계속된 야근으로 피곤으로 가득 쌓인 정말 졸린 어느 날 저녁 열심히 재우려 하는데 초롱초롱한 눈으로 잠은커녕 같이 놀자고 하는 아이를 보면 나의 자아는 또 나누어진다. 이건 달리기로 분열된 자아와는 다르다. 아이한테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과 다르게 그냥 아이가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다.(근데 분명 아이를 보면 좋아하고 귀여움) 아이는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이를 미워했던 내가 싫어진다.


총각시절, 신혼시절에 건방지게 육아를 쉽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고 후회한다.


달리기, 육아 둘 다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지만 상위 1%처럼 잘하고자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 뭐가 잘하는 건지, 이 두 분야에 정답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단지 욕심부리지 않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나를 믿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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