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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스윽 Nov 07. 2022

옆자리 선생님이 사라졌다.

옆자리의 선생님은 26살 여자인데 여러 군데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학교로 들어온 케이스였다.

교직이 처음인 만큼 다른 기존의 선생님과는 열정이 달랐다.

그녀를 보며 나의 처음 학교를 들어왔을 때가 많이 생각나곤 했다.


교사의 열정이 남다름을 알 수 있는 나의 기준은 담임교사로서의 학생과의 마찰이다.

열정이 있기에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할 줄 안다.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젊은 힘이 있다.

학생을 다루는 방법은 서툴러서 학생들이 많이 튕겨나가긴 하지만 그래도 학생의 인성교육이나 생활 태도를 바꾸는데 힘 쓰려한다.

누가 보면 학생끼리 싸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이도 엇비슷하고 자칫 형이나 누나, 언니나 오빠로 불릴 수 있는 젊은 사람이니까. 그런데 엄연히 이들은 사제지간이다.


교과 수업을 하고 수행평가를 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교사를 하며 가장 힘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받는 일은 사실 담임업무이다.

학생의 생활과 인성을 건드리는 일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담임 업무를 기피한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을 잘 버텨냈다.

그런 그녀가 이제 12월 1일부로 사라진다.

이유는 휴직사유의 사멸로 인한 휴직자의 조기 복귀.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자였던 옆 선생님의 계약이 종료된다.


조기 복귀로 인하여 옆자리 선생님이 얻는 피해는 꽤 크다.

1년 이하의 근무로 계약 종료 시 퇴직금을 수령할 수 없고, 호봉 또한 1호봉이 완전히 올라가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책임지고 있던 학생과의 인열을 더 이상 끌고 갈 ㅅ. 없다는 점, 결정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임에도 무직자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준비되지 않은 계약 종료가 사람을 되게 무능력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학기 말이라 채용공고 시장도 1월에서 2월이 되어야 열리고 강사 자리도 마땅치 않다. 사람이 되게 비참해지는 순간이다.


사실 조기 복직을 하는 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학기가 다 끝나는 시점인 12월에 들어와서 한 달만 버티면 곧 겨울 방학이라는 점, 1월에는 설 상여가 급여 외에 추가로 들어온다는 점 등 여러 장점을 다양하게 취할 수 있는  상황의 복직이다. 밥상은 애 먼 사람이 차리고 밥은 이 사람이 챙겨 먹는 모양새다. 이렇게 조기 복직을 하는 사람을 보면 사실 많이 얄밉다.


그러나 조기 복직자는 자신의 권리를 사용했고, 대체자 또한 조기 복직 사실을 알고 근무를 했다. 어떤 사람도 옆 선생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피해자는 생긴 꼴이다.


11월 말이 되면 복직하는 선생님에게 옆 자리 선생님은 담임업무, 부서 업무, 학과 업무 등 인수인계를 하며 서로 볼 것이다. 이 때나마 복직자는 대체자에게 고생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해주면 좋겠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람을 미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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