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서점과 미술관이다. 예전에는 미술관보다는 서점을 더 자주 찾았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뿐만 아니라 알라딘이나 예스 24 같은 중고서점도 오프라인 매장이 널리 퍼져 있어 길에서 마주치는 빈도가 훨씬 잦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서점보다 미술관을 찾는 일이 더 잦다. 부러 미술관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유년 시절에는 자동차 덕을 톡톡히 봤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디든 바로 아이들을 자동차에 태워 집을 나섰다. 공원과 서점,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 등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아이들을 실어 날랐다. 집이 아니라 거리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돌봄에 취약한 탓에 자동차가 아니었더라면 세 아이를 데리고 그리도 자주 집을 나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환경파괴의 주범이라고 지탄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는 내게 무척 고마운 존재다.
그리 고마운 자동차와 이별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크게 다가드는 두려움은 죽음이 아니라 총기가 사라지고 육신이 병드는 일이다. 다행히 아직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총기도 있고 육신도 멀쩡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다리가 불편해지기 전에 뚜벅이 생활을 해보기로. 요즘은 외국인들이 오고 싶어 하는 도시 중 하나가 서울이라고 한다. 그 서울에 나는 지금 살고 있다는 생각이 불을 댕겼다. 남들은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일부러 찾아드는 곳을 나는 지하철로 누빌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상상이다. 그래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로 했다. 1차로 지하철만으로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미술관은 타인의 창의력을 발판 삼아 이런저런 생각을 피워내기에 무궁무진한 장소가 아니던가!
지하철로 미술관 투어.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