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지윤서 Apr 16. 2024

그 옛날의 사월, 지난날의 바다가 다시 찾아들기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억하며

4,160명.


'창창한 날' 작가님의 글[다시 봄, 4.16 (brunch.co.kr)]에서 4,160명이라는 숫자를 접하고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념해 4,160명이 합창제에 함께해 주길 바랐다는데 그 수를 채울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이야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라도 참석해야겠다 마음먹었던 것은 그 안타까움이 읽혀서였다.


처음 찾아가는 안산 화랑유원지. 초지역 4번 출구를 나와 유원지로 향하는 길에서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연등을 만났다. 바람에 흩날리는 아이들의 이름을 바라보며 아이가 기억되기를,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이 읽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행사장에는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웅장한 하모니가 일품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유원지를 한 바퀴 돌았다. 유원지는 호수, 미술관, 체육시설, 주민텃밭을 품은 상당히 넓은 곳이었다.


시간에 맞춰 행사장을 찾았다. 사람들이 빼곡하다! 4천 명이 되고도 남지 않을까... 싶을 만큼!


객석도 그 주변도 만석이라 무대를 보기 위해 언덕에 올랐다.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간다. 이거 하나 붙여 드릴게요. 어깨를 보니 한지로 만든 노란 나비가 바람에 나풀거린다. 사람들 옷깃과 어깨에 내려앉은 나비가 내게도 내려앉았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시작된 기억식은 묵념과 추도사, 기억편지, 공연에 이어 합창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도종환 시인이 가사를 쓰고 백자가 작곡한 노래 <화인(火印)>을 만났다.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있을 아픔 / 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 /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이 다가왔지만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강산이 변하지도 아이들이 크지도 않았다.


언제쯤이면 그들의 시간은 흐를까. 10년 전 참사를 단순한 해상 교통사고로 치부하지 않고, 서둘러 잊히기를 재촉하지 않고, 추모하려는 그들의 마음을 내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을까.


세월호 가족들에게 그 옛날의 사월이, 지난날의 바다가 다시 찾아드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ps. '창창한 날' 작가님이 4,160명은 전국의 시민 합창단원의 수를 말한다고 댓글로 알려주셨어요. 무대를  가까이에서 보지 못해 4,160명의 영상이 뜨는 줄 몰랐는데 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올라와 있네요. 하여 추가로 영상을 올립니다. 더불어 이 글을 읽으신 분들과 '창창한 날'님께 4160에 대한 오독을 사과드립니다. 


https://youtu.be/4rLZ60E_Wm0?si=DSIgr0VCsd9s0Nmd


 




작가의 이전글 서른 즈음? 예순 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