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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교 Nov 11. 2022

작심삼일 백 번의 결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내게 작심삼일은 으레 있는 일이었다. 하루는 마음먹고, 다음날은 방법을 찾다가 마지막 날에는 나중을 기약하며 덮어 버렸다. 그리고 3일, 또 3일, 다음 3일, ‘작심삼일 주기’가 짧아지고 있음을 알았다. 어? 작심삼일도 여러 번 하면 뭔가 되겠다! 한 백 번쯤 하면, 어쩌면 목표에 다다를 수도 있겠다. 그래, 딱 백 번만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에 닿기는커녕 제자리걸음 하는 기분이 들어서 쓸데없는 짓 그만하자 했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뒤를 돌아봤다. 천천히 가면 어때, 잘하지 않으면 어때, 당장 뭔가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면 또 어때. 작아지는 나를 어르고 달래고 일으켜 세웠다.      



사실, 작심삼일을 백 번 했는지 일일이 세어보지는 못했다. 아마 하나하나 세어봤다면 백 번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내심 세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럼 한 번에 와닿는 책 제목과 카피를 생각해내지 못했을 게 분명했으니까.     



작심삼일 백 번은 어찌 됐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시작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오디오 클립 채널을 개설해 첫 에피소드를 녹음하고 배경음악까지 곁들여 내놓는 것까지가 첫 번째 목표였으니까. 하고 나니 말인데,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재고 따지고 고민하고 스트레스받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다. 생각처럼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백 퍼센트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 그뿐이었다. 할 수 있으면서 엄살만 피운 건 아닌지, 하지 못할 핑계만 찾았던 건 아닌지, 지나간 시간에 아쉬움이 남았다.      



채널명은 <명작가의 읽는 밤 쓰는 밤>으로 정했다. 이름을 드러내놓고 하기에는 나의 부캐를 공개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필명 ‘담은’으로 글을 쓴 것도 같은 이유였다. 글에 모든 걸 담아내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는데, 뭐랄까. 쓰면 쓸수록 본캐와 약간의 이질감이 있었다. 또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름에 한 글자를 따서 ‘명작가’가 어떠냐고. 중의적이기도 하다면서. 그렇게 나의 또 다른 부캐가 만들어졌다.      



오디오 클립 채널에서는 글을 쓰면서,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낼 생각이다. 직접 쓴 글을 오디오북 형태로 연재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한번 시작하니 아이디어가 자꾸 떠오른다.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 서두르다가 넘어지고 멈춰 서기보다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담담하게 해나가고 싶다.      



채널 소개.      

읽고 쓰는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고 싶어 마이크 앞에 섭니다. 직접 쓴 에세이, 읽던 책의 한 부분을 낭독하거나 소개합니다.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것들에 관해 책에서 읽은 것, 글로 쓴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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