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결혼한 사람들도 있다 보니, 체코 피플, 스탄 피플, 중국 피플이 자신의 결혼사진을 들고 오기도 하고, 여자 친구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 왜 여자들은 아시안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토론, 결혼은 할 필요가 없고 섹스파트너만 있으면 된다라는 의견, 결혼은 했지만 결혼 안 하는 게 나았을 거라 생각한다는 의견,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나왔다.
체코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든 생각은
'난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헛배웠구나!'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학교 영어시간, 학원 영어시간에는 이렇게 진지하게 영어로 토론한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문법이 맞거나 안 맞거나 막 떠든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문법이 맞든 안 맞든 영어로 마구마구 말한다.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그 단어에 대해 정말 쉬운 단어로 '그거 있잖아, 그거, 그거' 하면서 막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그러면 누군가가 '아 그 단어? 네가 말하고 싶은 단어가 그 단어야?' 하면 '오, 고마워! 그 단어 맞아'하고 설명을 이어간다.
그래, 영어학원은 이래야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입도 뻥끗하지 않고,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아, 미안. 나중에 다시 얘기할게'그러고 후진을 해버리는 그런 식의 한국 영어수업으로는 당최 실력이 늘 리가 없다.
여하튼, 세계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수다스럽게 나누면서 갑자기 나는 궁금한 게 생겨버렸다.
궁금한 게 있으면 또 그걸 꼭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스탄 피플에게 정말 툭 하고 물어봤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민감한 주제라 그렇게 가볍게 물어볼 일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스탄 피플들과 친하기도 하고 같은 아줌마들끼리 뭐 어때 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근데, 너희는 일부다처제라며? 그거 여자 입장에서 괜찮아?'
정적.
아... 너무 민감한 얘기를 꺼낸 건가?
저 스탄 아줌마들의 남편들이 내일 대거 칼을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와
'알라의 이름으로!!'라고 얘기하며 명예롭게 날 살해할 지도 모르는 상황인 건가?
너무 조용하니 체코 남자아이 중 하나가 말했다.
'나도 궁금해, 일부다처제가 남자 입장에선 좋겠지만 여자 입장에서는 좋을게 전혀 없잖아. 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또 결혼을 해도 넌 괜찮니?'
또 정적.
그러다 스탄 피플 중 한 명이 대답했다.
' 너희가 생각하는 일부다처제와 우리의 일부다처제는 달라.
사실 남자들이 와이프를 여러 명 두는 것은 그 모든 여자들에게 봉사하는 것과 같아.'
그 말을 들은 체코 남학생이 푸하하 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아니 잠깐. 무슨 소리야. 무슨 봉사? 여자가 봉사하는 거 아니고? 남자가 무슨 봉사를 하는데?'
하고 물으니
스탄 피플이 대답한다.
'아프가니스탄은 너무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 많아서 남자들이 그 여자들과 결혼해 주지 않으면 그 여자는 거리에서 몸을 팔아야 될 수도 있고 거지가 되어 죽어갈 수도 있어. 그래서 그 여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여러 명의 와이프를 둘 수밖에 없는 거야!'
나머지 학생들이 살짝 수긍을 할까 말까 하고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는 내가 또 한 번 더 툭 하고 말을 던졌다.
'그럼, 그 남자들은 불쌍한 할머니들은 왜 그냥 두는데? 젊고 예쁜 여자들만 거두잖아. 내가 보기엔 늙고 가난한 할머니들이 더 불쌍한데?'
그 말을 들은 학생들과 선생님은 모두 박장대소했고
스탄 피플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의 나라 문화에 대해 왈가왈부한 것 같아 좀 미안하다 싶은 마음은 드는데 그땐 그게 너무 궁금했고 이 궁금증을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평생 해결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무슬림 여인들은 그렇게 믿고 있더라.
'불쌍한 여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남자들이 일부다처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실은 뭐, 내가 알 수가 없고. 그녀들이 괜찮다면 내가 뭐 어쩔 수 있나.
종교의 세계는 심오하니 그냥 넘어가자.
아무쪼록 한글을 아는 무슬림 남자가 이 글을 읽고 한손엔 칼을 다른손엔 코란을 들고 날 찾아와 '알라의 이름으로!'라고 말하며 그 칼을 나에게 휘두를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