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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냥깜냥 Jul 23. 2020

제철과일, 계절을 함께 먹다

written by 강 세화



씨앗 하나가 땅에 묻히면 싹과 잎사귀를 내고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긴 시간과 충분한 양분이 필요해요. 그런데 요즘, 자연만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이 과정에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죠. 하우스를 비롯한 실내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발달된 첨단 기술 덕에, 우리는 원한다면 한여름에 딸기를, 한겨울에 수박을 먹을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정확하게 어떤 과일이 언제 나고, 언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오늘은 계절별 제철과일과 보관법, 그리고 과일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보통 ‘봄’하면 딸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딸기는 겨울부터 수확 시즌이기 때문에 겨울 과일로 분류했으니 겨울 과일에서 딸기를 찾아주세요. 그럼 꽃샘추위의 찬 기운이 가신 5월, 봄의 따뜻한 볕을 맞고 조금 이르게 산뜻함을 품은 과실들을 알아보도록 해요.


□ 매실

과일 그 자체보다 ‘초록매실’이라는 음료로 익숙한 매실은 5월 말에서 6월사이에 나와요. 매실은 소화기능을 돕는 성분이 있어 주로 청으로 담가서 체했을 때 먹으면 좋다고들 하죠. 어렸을 때 자주 체하거나 탈이 났던 저에게 엄마는 종종 부엌 싱크대 아래에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매실청을 물에 타서 제게 주곤 하셨는데, 그걸 먹고 싶어서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통 생과일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는 쉽지 않지만, 직접 매실청을 담가 먹고 싶다면 선명한 빛을 띠고 단단하며 흠이 없고 벌레 먹지 않은 것이 좋다고 해요. 매실은 강하지 않지만 풍미 좋은 단맛이 여러 음식에 잘 맞아서 두루두루 잘 쓰이기도 한답니다. 또, 매실의 ‘피크린산’이라는 성분이 독성을 분해하기 때문에 회에 매실을 곁들이면 살균작용을 해서 의외의 좋은 궁합을 보여줘요.


□ 오디

누에가 뽕잎을 먹을 때 사람은 오디를 먹죠.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는 5월에서 6월에 수확합니다. 노화 방지, 시력개선에 효과가 있어 건강식품으로 많이 소비돼요. 오디를 고를 때에는 꼭지가 신선하고 통통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은데, 그 중에서도 검은색으로 무르지 않은 것을 고르면 돼요. 오디도 매실처럼 과일 자체를 사서 먹는 경우는 드물죠. 즙으로 섭취할 시 짙은 보라색인 것이 잘 익은 것입니다. 언젠가 책에서 오디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검고 보라빛을 띄는 작은 열매가 다 오디인 줄 알고 정체모를 열매를 먹을 뻔 했던 적이 있네요.(함부로 야생의 열매를 따먹지 맙시다.) 오디는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빨리 먹는 것이 좋으나 혹시 남는다면 키친타올 등으로 물기를 잘 닦아 비닐팩에 넣어 보관하면 좋다고 합니다.


□ 체리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나 디저트 가게에서 딸기 시즌이 지나면 체리 시즌이 찾아와요.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에 맛있게 익는 체리는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거나 에이드 등으로도 많이 먹기도 하죠. 체리는 과실이 크고 단단하며 적갈색을 띤 것이 좋아요.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냉동실에 살짝 얼려 먹으면 당도가 올라가니 시원하고 달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체리보다는 좀 더 새콤한 앵두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러고 보니 앵두도 버찌도 체리도 다 영어로 cherry인 게 웃기지 않나요? 맛도 모양도 다 다르다고요!




여름은 과실의 계절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정말 다양한 과일들이 과즙을 담뿍 담고 나온답니다. 여름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과일들이 있죠? 그 과일들을 지금부터 살펴봅시다.


□ 참외

여름하면 떠오르는 과일인 수박만큼이나 수분이 많고 달달한 참외는 6월에서 8월 사이에 맛있게 익는답니다. 싱싱한 참외를 고르려면 참외의 노란 빛이 선명한 것이나 꼭지가 신선한지 살펴 보면 돼요. 근데 참외 씨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사실은, 상한 것에 한에서만 그렇대요. 참외가 자랄 때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줄기에서 다 쓰여지지 못하고 물이 차게 되면 씨가 상하기 쉬워지는데, 이것이 배탈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이로써 제가 어렸을 때 먹고 탈이 났던 참외는 상했던 것이었던 걸로 판명 났습니다. 건강한 참외의 경우에는 오히려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하니 달달한 씨 부분을 놓치지 않고 싶은 분들은 걱정 말고 꼭꼭 씹어드셔도 된답니다.


□ 복숭아

음식 취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있죠. 물복이냐 딱복이냐! 그 주인공인 복숭아는 참외와 마찬가지로 6월에서 8월에 자라서 여름을 대표하는 제철과일 중 하나에요. 달큰한 향과 맛이 환상적인 복숭아는 0~1℃ 사이의 냉장실에서 보관하면 그 달달함이 더 잘 느껴진다고 합니다. 단, 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반대로 단맛이 약해지니 보관이 은근히 까다롭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달고 맛있는 복숭아를 고르려면 알이 크고 상처가 없으며 향기가 강한 것을 고르면 좋다고 합니다. 참, 더운 날에 기력 보충한다고 장어를 먹는 분들이 계실텐데 그 후엔 복숭아는 꼭 피해주세요. 복숭아의 ‘유기산’이 장어의 지방 분해를 방해해서 탈이 나기 쉽거든요. 참고하셔서 시원하고 달달한 복숭아 드시길 바라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물복 먹으면서 피서를 보내겠습니다.


□ 수박

수박이야말로 여름 과일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땐 흔히들 손가락으로 통통 두들겨서 맑은 소리가 나면 좋은 수박이라고 했는데 몇 번을 두들겨도 당최 뭐가 좋고 안좋은 소리인지 구분하지 못 했었죠. 심지어 엄마도 잘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샀던 때가 생각 납니다. 두들기는 소리 말고도 껍질의 색이 선명한지, 선이 확실한지를 보고 신선함을 파악할 수 있어요. 또 꼭지 부분이 마른 것, 배꼽부분이 작은 것, 줄무늬가 가늘고 수가 많은 것이 더 달다고 해요. 수박은 원체 수분이 많아서 그냥 먹어도 시원하게 잘 먹을 수 있지만 냉장보관이 더 좋다고 해요. 수박을 한 번에 다 먹기 힘들어 흔히들 반을 갈라 랩을 싸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보관할 경우 세균들이 기미상궁을 자처하고 수박에 터를 잡게 될 수도 있답니다. 꼭 한 번에 다 먹거나, 깍둑썰어서 용기에 담기를 권해요. 


□ 포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 날이면 목 놓아 부르는 포도알. 사실 별로 관계성은 없지만 포도를 보면 괜히 전투적인 마우스 클릭 소리가 생각이 나요. 포도는 8월 내도록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과일로, 피로회복이나 갈증해소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포도는 알이 꽉 차고 낱알이 퍼지지 않은 송이를 고르는 것이 팁입니다. 꼭지가 있는 포도송이 위쪽이 달고, 아래로 갈수록 신맛이 강한 경향이 있으니 아래쪽이 달다면 그 포도는 다 달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거예요. 포도 알을 보면 가루도 아닌 것이 하얗게 묻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은 뭐가 묻어있는 것이 아니라 당분이 새어 나와있는 것이라고 해요. 그런데 솔직히 포도알 하나하나 까기 힘들잖아요. 통조림으로 나온 무른 것 말고 신선한 포도알을 바로바로 까주고 씨까지 발라주는 기계가 가까운 미래에 개발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말랑말랑하고 즙이 많은 여름 과일과 달리 수 차례의 비바람과 태풍을 맞고 단단하게 자란 가을 과일들도 빼놓으면 안돼요. 뭔가 추석이 생각나는 과일들이 대부분이네요.


□ 배

 이화여대의 ‘이화’가 바로 배꽃의 다른 말이죠. 사과와 비슷한 모양의 꽃을 피운 뒤 가지가 점점 내려앉을 정도로 묵직한 열매로 자라나는 배는 9월에서 11월 사이에 나와요. 배는 상처없이 껍질이 팽팽하고 묵직한 것을 고르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배는 육회, 갈비찜과 같은 고기요리에 많이 쓰이는데, 고기의 살을 부드럽게 하는 연육효소가 있기 때문이에요. 배의 ‘펙틴’이라는 성분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변비를 예방하는 것을 도와줘서 건강에도 좋은 과일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 다니던 피아노 학원 옆 건강원에서 배즙을 짜지 않는 날이 없더라고요. 지금은 있으면 맛있게 잘 먹는데 어렸을 때는 배즙을 왜 그렇게 싫어했나 모르겠어요.


□ 석류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노래 알면 제 동년배가 되시겠습니다. 몰라도 석류 먹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어떻게 맛있는 석류를 고르는지 보도록 해요. 배와 마찬가지로 들었을 때 묵직한 것, 또 붉은 색이 선명한 것이 좋고 외피가 단단하고 상처가 적은 것이 맛있는 것이라고 해요. 짧으면 3일, 길어봐야 7일정도만 보관할 수 있는 다른 과일에 비해 15일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과일이에요. 보관할 때는 선선한 곳에서 보관하도록 해요. 시골 친척 집에 석류나무가 있었는데, 여름 기운이 남아있는 초가을이 되면 시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먹었던 생애 첫 석류의 맛이 종종 떠오르곤 한답니다.


□ 사과

 청사과라고 알려져 있는 아오리사과는 8월에 먹어볼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빨간 사과, 쓰가루 혹은 홍로라는 품종은 10월에서 12월까지 나와요. 보통 사과는 한 상자씩 사서 상온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냉장 보관하는 것이 옳은 보관법이라고 해요. 사과는 식물 성장을 자극하는 에틸렌이 나오는데, 이것 때문에 다른 과일과 함께 보관하면 과일이 쉽게 상할 수 있어요. 그래서 따로 봉지에 싸서 냉장보관 해야 한답니다. 껍질에 탄력이 있고 꽉 찬 느낌이 드는 것이 아삭아삭하고 맛있는 사과예요. 또, 손가락으로 튕겨봤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좋다고 해요. 수박만 손가락을 튕겨보는 것이 아니라고요.� 사과도 배처럼 즙을 내서 먹는 게 정말 별미인데, 지역 브랜드로 유명한 밀양 얼음골 사과즙을 깜냥 독자님들께 강력히 추천드려요!




다들 겨울이 되면 따뜻한 등 지지면서 귤 한가득 쌓아놓고 하루종일 까먹어본 적 있지 않나요? 귤과 그 친척들, 딸기까지 먹고나면 어느새 한 해가 뚝딱 지나가고 있죠. 마지막으로 연말과 연시를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과일들을 보도록 해요.


□ 귤

 혹시 어릴 적 추억의 만화 ‘다다다!’의 ‘귤 선생님’을 아시는 독자분이 계신가요? 전 태평한 얼굴로 머리위에 귤을 항상 얹고 있던 ‘귤 선생님’을 따라 머리위에 귤을 올려서 버티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바닥에 잘못 떨어져서 터지기라도 하면 엄마나 언니에게 혼나기도 했어요. 귤은 껍질이 두꺼울수록 까기 쉬워서 두꺼운 껍질의 귤을 선호하곤 했는데, 당도가 높은 맛있는 귤은 껍질이 얇고 단단하대요. 손톱 아래에 귤 껍질이 끼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사항은 물 건너간 것 같아요. ‘귤 선생님’을 따라한 기억은 없어도 한 상자 가득 사다 놓은 귤에 곰팡이가 펴서 인상을 찌푸렸던 기억은 다들 갖고있을 것 같아요. 겹쳐서 보관하면 상하기 쉬우니 통풍이 잘 되도록 보관하도록 해요. 음식물로 섭취한 철분이 몸에 흡수되도록 하는 데에는 비타민 C가 필요하다고 해서 브로콜리나 시금치와의 음식궁합이 좋아요. 철분제를 드시는 분이라면 귤, 오렌지 등 ‘시트러스’라고 불리는 과일을 함께 먹으면 좋답니다.


□ 오렌지, 한라봉

 보통 오렌지 하면 태양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 트로피칼! 강렬한 여름의 더운 이미지가 강해 여름에 수확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의외로 겨울에 나는 과일이에요. 오렌지의 도시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도 11월에서 5월까지 겨울을 포함한 시기에 나온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2월에 나오고, 당도를 높여 개종한 제주도의 특산물 한라봉은 12월에서 3월까지가 수확시기예요. 오렌지는 형태가 둥글고 견고하면서 무겁고 껍질이 부드러운 것이 좋고, 한라봉은 귤처럼 껍질이 얇은 것이 당도가 높아요. 오렌지는 폴리에틸렌 재질의 봉지에 넣어 냉장보관하는 반면, 한라봉은 서늘한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맛을 더 좋게 한다고 해요. 귤, 오렌지, 한라봉, 유자, 탱자 등 모양은 비슷하지만 보관방법이 다 다르니 이번 기회에 알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딸기(1~5월)

 제 인생 23년동안 단 한 번도 1등 과일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부동의 과일 왕, 드디어 딸기의 차례입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었던 시골집의 석류 말고도 많은 친척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계신데, 그 중 딸기 농사를 하고 계신 아재(당숙)가 있어요. 설날이 되면 늘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딸기아재’의 집에 가서 딸기를 사오는 것이 연례행사랍니다. 저희 집은 아재가 늘 맛있는 딸기를 골라서 줬지만 골라줄 아재가 없는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마르지 않은 진한 푸른색을 띤 꼭지와, 꼭지 바로 아래까지 붉은 빛이 잘 도는 딸기가 달고 맛있는 신선한 딸기라고 해요. 겨울 과일에 맞게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는데, 습도에 약하기 때문에 밀봉 보관 시 곰팡이가 잘 필 수 있어요. 애초에 오래 보관이 힘든 과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먹고, 바로 먹을 딸기는 꼭지를 제거하지 않은 채 랩을 씌워 보관하는 것이 좋답니다. 전 서양 디저트에 딸기가 많이 들어가기도 해서, 그쪽 딸기도 맛있게 달콤한 맛일 줄 알았는데 작년에 독일에 가서 먹었던 딸기는 아무 맛도 없었어요.(…) 친구 말로는 딸기 자체가 맛있었으면 디저트로 개발될 일도 없지 않았겠냐고 하더라고요. ‘뇌피셜’이니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한국 딸기 짱!



사시사철 원하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제철을 알고 그 시기에 맞춰 질 좋은 과일을 먹으면 그 만족감은 배로 찾아올 거예요. 글에 담지 못한 더 많은 제철 과일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다음주 깜냥깜냥 인스타그램에 컨텐츠로 업로드 될 예정이에요. 캡처, 혹은 트위터 방문을 통해 편하게 저장하여 맛있는 과일을 즐겨보도록 해요. 더운 여름, 맛있는 과일로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____ 강세화 gloryse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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