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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냥깜냥 Oct 15. 2020

그럴 수도 있지, 뭐

written by 범쥬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좀 박한 구석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실수는 잘 수습하기도 하고, 심지어 너그럽게 넘어가기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경우를 참 많이 봤다.

우리 사회가 ‘경쟁’이나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유달리 집착하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자신에게 유난히 가시 돋친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고, ‘이 정도도 못 하니 내가 계속 같은 자리에만 머물고 있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어떤 글을 써야 할까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요즘 내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완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완벽하기를 바라고, 불안은 길고 행복은 짧았던 순간에 살고 있는 과거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는 스스로 정한 규칙에서 벗어나거나, 처음 만들어 둔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완벽하게 끝을 볼 자신이 없는 것은 선뜻 시작하려 하지 않았다. 또 어떤 목표를 달성하면 그보다 더 높은 목표를 쉼없이 수립해 나가곤 했다.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한 것은 학교에 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장애물이 됐다.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기 위해 시작한 모든 것이 피로하게만 느껴졌다. 나의 경우, 거의 모든 상황에서 결과물은 훌륭한 편이었지만 그것이 결코 행복감이나 만족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존버는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지만 나는 또다시 그 늪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나는 항상 지쳐 있는데, 나를 둘러싼 것에서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매일매일 ‘잘 해야 하는데, 다들 잘 하는데. 왜 이것도 못 버티지?’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 꽤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내가 원하는 기준을 내가 충족하지 못해도, 지나치게 나를 탓하거나 채찍질하지 않는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습관을 들인 덕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 물론, 실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실수를 했을 때, 혹은 내 엄격한 기준을 내가 맞추지 못했을 때 부러 그렇게 한다. 신기하게도, 그러면 나에게 못되게 굴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사라진다. 마치 굉장히 큰 걱정거리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럴 수도 있지, 너무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에게 스스로 약간의 숨통을 틔워 주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내 일상은 매우 정신없고 바쁘게 돌아간다. 퇴사 후 새로운 포지션에서 일을 하고 있고, 글도 쓴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기간이기에 여러모로 미숙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안하고 건강하다. 사실 지금도 자꾸만 완벽하지 못한 것을 들추고 ‘괜찮아’, ‘잘했어‘라는 말에도 쉽게 울적해지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감정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오늘 밤에도 분명, 나와 같은 이유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으면서 유독 자신에게만 엄격한,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성장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을 헐뜯으려다가도 한발짝 물러나도록 하는 그 주문을, 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지나치게 엄격한 자신만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결코 쓸모없는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속삭여 줄 수 있는 그 주문을 말이다.



____ 범쥬 its.me.bom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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