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별고백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AN Apr 14. 2023

이별고백

네 이름을 부를 때는 헤어질 때가 아닐까.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내 고운 이에게.


우리의 마지막 연락은 5일전,어느새 헤어진지 10일이 지났어. 너와 내가 ‘우리’라고 부르는게 어색해질 때가 생겼고 그 전의 우리 대화는 모두 지웠지만 마지막 헤어짐의 연락창은 아직 카카오톡 한편에 남아있어.


누군가에게 연락할때 무심코 내리다가 너의 이름석자를 보면 흠칫 놀라고, 이제는 네 이름 석자가 어색해. 우리 애칭은 ‘자기야’였는데 어느날은 친한 커플이 다정히 서로 이름을 부르는걸 보니까 부러워서 네게 “나도 이름 불러줘!” 했었는데. 너는 그랬지. “자기 이름을 부를땐 헤어질때 아닐까?“ 그말이 내심 서운도 했는데.. 정말 헤어질때 되서야 내 이름을 부르더라. 네가 준 사랑이 내 인생에 가장 작은 사랑이었길 바라겠다면서.


헤어진 그날은 네가 단호히 “헤어지자. 그게 맞는거 같아. 네게 마음이 식었어. 지금 연애할 상황이 아니야.”라고 말했을땐 실감이 나지 않았어. 그래서 붙잡지도 않았고 오히려 화만냈지. “이건 무례한거야. 예의가 없잖아. 이별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이렇게 무작정 통보하고 더 할말 없으면 끊겠다니. 네가 헤어지는걸 정했으면 적어도 내 얘기를 들어. 넌 그럴 의무가 있어. 이 전화의 끝은 내가 정해.” 라고 잔뜩 가시돋힌 말만 내뱉었어.


후회해. 나를 만난 후 시작된 갑작스런 고시원 생활과 여의치 않았던 너의 지갑사정으로 데이트때마다 내게 기대야했던 너의 무너지던 자존심도, 당장 다가온 시험과 회사의 야근에 지치고 힘들고 피곤하다던 네 말에 이해한다 말했지만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네게 그런일로 부담을 주진 않았다 생각했지만 숨겨지지 않는 내 모습 어딘가가 너에겐 부담이었겠지.


널 다독여주지 못해 미안해. 내가 물질적인 사랑은 받아봤어도 정서적인 사랑을 받아보질 못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 서투른 내 위로와 섣부른 충고와 잔소리에 대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날 선 내 세상을 둥글게 만들어줘서. 사랑을 받아보니 이제는 조금은 주는 법을 알 거같아. 날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고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