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두를 위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다

3부: 나를 위한 옷을 짓는 시간

by Defin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고 생각해 보자. ‘관계자분께’라고 시작하는 편지와, ‘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 OOO에게’라고 시작하는 편지 중, 어느 쪽이 마음을 움직일까? 답은 꽤 명확하다. 수신인이 불분명한 메시지는 누구의 마음에도 닿지 못한 채 공중으로 흩어지지만, 단 한 사람을 향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그와 비슷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울린다.


이것이 바로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역설이자, 우리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진실이다. 나의 ‘솔직한 욕망’이라는 목적지를 설정했다면, 이제 그 목적지로 ‘모든 사람’을 데려가고 싶어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모두’를 위한 기획자이자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말은 결국 누구의 귀에도 박히지 않는 지루한 소음이 되고, 모두의 취향을 맞추려는 디자인은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하는 무색무취의 결과물이 되었다.


진정한 브랜딩은 더하는 용기가 아니라, 빼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불필요한 모든 것을 덜어내고, 오직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단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것. 내가 만나고 싶은 단 한 사람은, ‘자신만의 실력과 철학은 있지만, 그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법을 몰라 막막한 스몰 브랜드 대표들, 혹은 1인 사업자 그리고 이제막 프리랜서로 독립한 디자이너였다. 이렇게 단 한 사람을 명확히 정하고 나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할지가 비로소 선명해졌다.

keyword
이전 11화욕망을 마주하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