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하루 종일 너를 기다리다가
끝내 슬리퍼를 끌고 대문밖으로 나선다
투박한 길을 내려가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몇 차례 오토바이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활짝 열린 대문 앞을 지나쳤지만
너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그사이 주위에 어둠이 내려앉고
전등불이 하나둘씩 켜지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요동친다
그 희한함은 내가 타국살이를 하는 동안에
잊고 지내던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고 있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저녁바람을 마주 보며
두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곤
조용히 눈물을 삼켜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