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말

소년이 온다

바싹 튀긴 후라이드 치킨과 감자튀김 그리고

목구멍이 짜릿하도록 시원한 음료수가 탁자 위에 놓여있었다.

 열명쯤 되는 사람들이 테이블을 앞에 두고 빙 둘러앉아서 대화를

하다 보니 말들이 뒤섞이며 오갔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한강의

 '소년이 온다'라는 책 이야기가 나왔다.

한 남자분이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제겐 소년이 온다의 책내용은

그리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6살이었는데 엄마가 밖에

큰일이 벌어졌으니 나가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어요. 

우리 집에서 광주 도청이 보이기까지 했는데

 그 사건으로 한집안에 적어도 한 명은 

큰 고통을 겪었을 겁니다.

건조하고 담담하게 말을 꺼내는 그의 앞에서

 나는,

 노벨상이라든지 문학이라든지

차마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감정도

 꺼낼 수 없었다.

단지,

가슴 가득히 답답하리 만큼

무거운 감정과

그 무엇으로도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송구함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