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공방에서 두드림 팀원들과 3개월간의 새로운 도전 '작! 당! 실험실'을 진행했다.
두드림팀은 3개월의 정해진 시간 동안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외딴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며 뜻깊은 활동을 했다.
그들이 만난 분들은 바다가 막혀 어부에서 농사꾼으로 생계를 이어오신 80~97세의 어르신들이었다.
일주일에 1회씩 12회기 동안 주전부리를 들고 찾아가 공예활동을 하며 말벗이 되어 주었다.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의 삶에 잠시나마 웃음과 재미를 주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었다.
두드림팀에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 '향수'를 출간했다.
어르신들의 공통점은 처참했던 한국전쟁을 겪었고, 10~20대의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중매로 얼굴도 모르는 이와 백 년 기약을 맺었다.
철부지 어린 시절, 아름답고 찬란했던 젊은 시절에 가난이라는 아픔을 딛고 성숙해지며 부모가 되는 법을 체득해야 했던 일들이 어르신들에게는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한 기억이라고 한다. 파노라마처럼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순간의 기억 속에 희로애락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라고 한다.
대호지면 두산리 최희남 어르신 댁에서는 인근에 사시는 정순재, 박영금 어르신이 함께 모여 공예활동을 진행했다. 싸락눈이 부슬부슬 내리던 날 동행해 어르신들을 만났다.
그날의 공예수업 현장을 잠깐 스케치해 보겠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엉기적엉기적 엉덩이 걸음으로 할머니 세 분이 반갑게 일행들을 맞이했다.
"아이쿠 오느라 고생했지. 커피 먼저 마시구 혀."
두드림 단원들이 거북이 등처럼 쭈글쭈글 갈라진 할머니들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아이구 엄니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쥬."
팀원들과 할머니들은 아쉬움 때문인지 꼭 잡은 두 손을 쉽게 풀지 못한다. 100일간의 실험 '작! 당! 실험실' 프로그램이 다음 주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뭐 맹그는겨?"
"엄니 잘 때 켜 놓는 거 알쥬? 잘 때 어둡잖유. 깜깜할 때 무섭지 말라고 켜놓는 수면등 맹글거예유."
박현미 원장은 준비한 재료들을 탁자 한가운데 펼쳐놓고 수면등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할매들이 뭐 할 줄 아남. 선상님이 만들어 줘야지."
"아이쿠 엄니 이건 유치원생두 하는 거유. 하다가 모르면 알려줄게 얼릉 따라서 혀유."
박현미 원장은 아이처럼 투덜대는 할머니들의 말을 정겹게 받아주며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다.
두드림팀은 공예수업을 할 때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어떻게 하는지 몰라 망설이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을 통해 너무나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정순재 어르신은 수업시간이면 오늘은 무엇을 만들까 궁금한 마음에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다. 수업시간에 예쁜 꽃그림을 오려 붙여 만든 보석함에 동전을 넣을까. 약을 넣을까 행복한 고민 끝에 지금 이 순간 일상의 행복을 가득 담는 행복 보석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박영금 어르신은 사치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어려웠던 시절을 농사만 힘들게 짓고 살았다. 자연의 순리처럼 누구나 그러하듯이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꿈이고 희망이었다. 지금은 장성한 자녀들이 지어 준 집에서 잘 살고 있지만 젊은 날의 찬란했던 청춘은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해졌다.
젊은이들이 차도 잘 안 다니고 찾아오는 이도 드문 대호지까지 매주 찾아와 무료했던 일상에 큰 활력을 얻고 있다. 이웃 형님들과 함께 매주 새로운 공예품을 만들다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까르르 웃음도 나오고 심심하지 않고 재미있어 공예시간을 기다리는 낙으로 지내고 있다.
최희남 어르신은 그림도 잘 그리고 시도 잘 쓰시는 팔방미인이다.
햇살 좋은 맑은 날엔 바람 따라 여행도 다니고 싶고, 사는 게 바빠 배우지 못한 한글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은 16살 소녀처럼 마음만은 꿈 많은 이팔청춘이다.
흘러간 세월을 되돌리 수 없어 남은 세월 재미지게 살고 싶은데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집에서 멍하니 밭떼기를 쳐다보기도 하고, 길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며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두드림 팀이 외진 곳까지 찾아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희남 어르신은 매주 떨리는 손으로 만들수 있는 만들거리를 기다리는 낙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재미진 시간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다음 주면 수업이 끝난다고 해 야속한 마음이 앞선다.
어르신은 자식들도 바빠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외딴곳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두드림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출포리는 대호지 바다 끝에 있는 마을이다. 조재옥 어르신은 바닷길이 막히기 전에는 바지락이나 굴 등 갯것을 채취해 판매해 생계를 유지했다. 갯것은 생물이라 채취한 즉시 판매를 해야 되는데 그 당시에는 판로가 많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생활이 좀 나아져 자녀들을 잘 키울 수 있었다.
백신 3차까지 맞았지만 코로나에 걸려 후유증으로 온몸이 아파 무기력하고 우울했는데 두드림 팀원들이 매주 찾아와 잠시나마 위로받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순성면 갈산리에 사는 97세 전을순 어르신에게 갈 때면 면천 막걸리와 간식은 필수다. 전을순 어르신에게 면천막걸리는 인생위로주라고 한다.
어르신은 젊은 시절 직접 바느질을 해 코르사주도 넣고 옷을 예쁘게 만들어 입는 것을 좋아하는 멋쟁이였다. 시집을 와 악착같이 농사를 지으면서도 마당에 예쁜 꽃과 나무를 심는 것을 좋아했다.
젊은 나이에 아이 셋을 두고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으로 인해 힘들어할 때마다 친정어머니께서 면천막걸리를 사다 주시며 이겨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때부터 면천 막걸리는 할머니가 힘들고 지쳐 한숨이 나올 때마다 위로주가 되었다.
전을순 할머니는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도 시장에 가서 마당에 심을 나무와 꽃을 사기도 한다. 요즘은 마당에 수줍게 핀 작은 꽃처럼 예쁜 선생님들이 매주 찾아와 만들기도 하고 말벗이 되어 줘서 봄처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석문면 통정리에 사시는 강춘환 할아버지는 1951년 3월 21일 22살에 부모님의 중매로 아내를 만났다. 처음 만나던 날 쑥스러워 장모님 뒤로 숨던 아내와 약혼을 하고 얼마 뒤 영장이 나왔다. 할아버지는 아내와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다. 한국전쟁이 휴전을 하자 휴가를 나와 결혼식을 했다고 한다.
70여 년 동안 함께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키우며 힘든 시간을 이겨낸 아내는 할아버지에게 참으로 고마운 인생의 동반자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곁을 지켜주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것이 가장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고 한다. 이젠 모든 것들이 그리워도 보고 싶어도 추억으로 담아내야 할 아픔으로 남았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생생한 할머니와의 오래된 기억들을 회상하며 100년이 넘은 오래된 지팡이를 살며시 쓸곤 하신다.
작! 당! 실험실에 참여해 공예수업도 진행하고 자서전 '향수'를 출간하기까지는 두드림팀원들의 재능기부가 있어 가능했다.
유미숙 팀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어르신들을 만나는 시간이 어릴 적에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백지혜 팀원은 어르신들이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말을 듣고 함께의 소중함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필리 팀원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다. 처음엔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하는지 몰라 사회적 활동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번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이 매우 친절하고, 정이 많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박현미 원장은 못내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의 손짓이 안타까워 '작! 당! 실험실' 종료 후에도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작! 당! 실험을 진행하며 어르신들은 연세가 드시며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현미 원장은 언제 어디서나 열심히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그 순간순간들을 사랑하고 응원하며 건강하시길 바란다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