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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울 May 16. 2020

#2 뉴욕 여행 중 만난 고마운 인연들

쉽지 않네




비행기에 오르자 옆자리가 비었다는 기쁨도 잠시, 이 공간에서 한국인은 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시간 동안 기절한 듯 잠만 자자라고 생각하던 찰나 옆자리에 앉은 아기가 미친 듯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래, 흔들리는 비행기가 얼마나 무섭겠나 하며 눈을 감았는데 그 상태로 12시간 내내 깨어 있었다.

아이는 12시간 중 5시간을 울었고 3시간 정도는 노래를 불렀으며 나머지 시간만이 평화로웠다.

그때 평생 들을 중국의 동요는 다 들었을 것이다.



잠에 들지 못한 이유는 또 있었다.

우선 유심칩을 미리 끼워놓다가 무슨 오류라도 났는지 핸드폰이 먹통이었고

한국이 그립다는 친구를 위해 장난으로 고향의 자연을 가져왔다며 솔방울 등을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입국신고서 카드를 보니 seed, 가공되지 않은 고기 등에 제한이 있었고 중국과 미국의 검사는 매우 엄격하다고 들어서 그때부터 손이 벌벌 떨리고 식은땀이 미친 듯이 나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여행 시작이 참 좋았는데 저한테 왜 이러시죠...

하는 마음으로 도착할 때까지 떨고 있다가 도착 후 주위를 둘러보니 화장실 한번 안 가고 옆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던 분이 눈에 띄었다.

처음 제대로 눈이 마주쳤을 때 이 사람은 분명 한국인이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혹시 내가 해석을 잘못한 걸까 싶어 해석을 부탁드리며 상황설명을 했다.

12시간 내내 조용히 있다가 울먹거리며 내 캐리어에 솔방울이 있다고 울분을 토하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싶다.

하지만 천사 같은 언니는 나를 위로해주며 핸드폰을 손봐주고 캐리어를 기다려 주었다.

캐리어가 하나둘씩 나오고 거의 마지막쯤이 되어 가면서 얼굴은 점점 하얗게 잘려가고 다리에 힘이 풀리던 순간

기적적으로 내 캐리어가 레일로 나왔고 우리는 서로를 얼싸안고 소리를 질렀다.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있었을 수 있겠지만 핸드폰까지 먹통이니 마음도 고장 나 버렸었나 보다.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여행 시작부터 사람 심장을 아주 갈기갈기 찢어놓다니

또 다른 인연을 위한 여행의 장난이었을까.


그 와중에 카메라 기능만 되서 사진은 찍을 정신은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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