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다..!
내가 이용했던 항공사는 긴 환승 시간일 경우 환승 호텔을 제공했다.
다행히 공항 노숙은 면했지만 새벽에 호텔로 이동하는 사람은 나뿐인 듯했다.
가다가 부서져도 놀랍지 않을 봉고차에 올랐을 때는 할 수 있는 모든 상상들이 떠올랐지만 묵묵하게 내 짐을 들어주시고 문도 열어주시는 매너를 보여주신 기사님 덕에 조금은 안심을 했다.
등에 점점 땀이 차던 찰나에 갑자기 요란한 뽕짝이 긴장되는 적막을 깨버렸고
어깨를 조용히 들썩이시던 기사님은 헤어질 때 처음으로 밝은 미소를 보여주시며 손을 흔들어 주셨다.
아마 퇴근길이지 않았나 싶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등에서 내려와 홀로 버틴 시간이었다.
낯선 밤 낯선 공기에 마음 둘 곳 없이 헤맸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 둘 곳 없다는 것이,
매 순간이 새롭다는 것 그리고
어제에 기대지 않으며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현재를 경험하기도 바쁘다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결론적으로 뉴욕은 내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루에 5만보를 걷는 고행으로 발바닥이 찢어질듯한 고통도, 돌아가면 다시 마주칠 일상과 걱정도 다 괜찮았다.
좋은 날씨와 매일 마주치는 뜻밖의 일상 속에 충분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