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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울 Nov 13. 2020

내 하루를 만들어 주는 것들 : 산책

나아갈 이유를 주는 것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요즘이다.

코끝에 살짝 내려앉는 찬 바람과 맑은 하늘이 가득하다.

시골에 머무는 것에 큰 장점이 있다면 마스크 없이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

답답한 가림막 없이 온전히 좋은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으 심심해 지루해 시골은 도통할 것이 없어하며 보내던 권태의 시기가 있다.

1분만 걸어가면 편의점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도시와는 다르게  뭣하나 얻으려면 걷고 걸어 버스를 타고 덜컹덜컹 가야 하는 불편함에 지친 나의 불평을 들은 아빠는 "집에만 퍼질러 있으니 안 심심할 겨를이 없지!"

그래  밖이나 나돌아봐야겠다 하며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밖을 나갔다.

그때에 반한 산책에 매력에 산책은  삶에 빠질  없는 일과가 되었다.



산책이 나에게 주는 것


나와 긴장을 유지하며 눈싸움을 하다가 후다닥 도망치는 고라니

어제보다 조금 더 넓은 집을 가지게 된 거미

끝이 안 보이는 노란 밭

느리게 걸어가시는 할머니께 건네는 어색하지만 반가운 인사

걷는 것은 나를 만나는 일이기에 매일 똑같은 길을 걸어도 항상 마음이 똑같지 않으니 눈 앞에 모든 자연과 사물들도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오늘은 추수를 했구나, 저 집은 오늘 카레를 하는구나, 오늘은 할머니들이 밖에서 콩을 다듬으시는구나

멀리 보면 매일 똑같아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모든 것이 변화무쌍하기에 어제와는 다른 새로움을 찾으며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된다. 천천히 변하는 계절의 모습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도  매력이다.


마음이 진흙 같아서 무기력과 답이 없는 걱정만을 반복하고 도저히 몸을 움직 일 수 없는 날에는 곧 죽어도 나가지 말자며 마음 깊은 곳의 스스로가 자신을 설득한다. 그럴 때 애써 그 외침을 무시하고 오기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기어 나간다. 당연히 처음엔 마음이 천근만근 하니 발걸음도 무겁더라.

하지만 공기를 천천히 마시고 후 뱉으며 주변을 관찰해보면 "백 년도 못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사는 인간들"이라는 문장이 절로 떠오른다.



도시의 산책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시골에서의 산책이 너무 그리워진다.

가만히 집에 있으려니 집중도 안되고 또 천년의 근심이 시작되길래 무작정 주변 공원을 찾아 걸어 다녔다.



도시 산책의 장점


1. 늦은 밤도 무리 없다!

2.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혼자 산책하는 것과는 다르게 동기부여도 되고 사람 사는 인생을 보는 기분

3. 명상하듯 걷는 게 시골의 산책이라면 도시의 산책은 의지를 다지기 위해 걷는 느낌




처음엔 30분, 1시간만 걸어도 무릎이 아파 잠에 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자세교정을 하고 신경 써서 걷는 이후로는 무릎도 아프지 않았고 체력도 많이 늘었다.

1시간이 2시간, 2시간이 4시간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산책 이후엔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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