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로 강등된 후, 나는 팀 내 어중이떠중이가 되어있었다.
인수인계라는 핑계로 맡긴 업무 없음, 담당 업무 없음 등 주로 무소유 상태로 회사를 다녔다. 그렇게 눈칫밥만 먹고 있던 내가 SNS 계정을 관리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옳다구나!(아마 내가 말 안 했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을 거다) 하고 맡아 하라 했다.
사실 정말 일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홍보를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볼까 하여 맡아봤다(이런 거 보면 나도 참 배알이 없다).
로고를 만들고 홍보물을 포스팅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어느 날, 두 점장이 나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좋아하지도 않는 추어탕 가게에서 반찬이 하나 둘 나올 때 그들은 내게 말했다.
“이제 편 가르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몇 개월 후 나는 다른 직업의 일을 하고 있었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바빴던 나의 하루는 이제 평온함을 찾아 편안함에 당도했다. 한동안은 이루지 못하고 놓아버린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또 한동안은 분노와 증오로 이를 갈았다.
그때 적은 글을 보면 정말 찌질하고 날카롭고, 누구라도 말로 찔러 죽일 듯했다.
저녁 식사 후 나는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을 확실히 먹었다. 비록 당장 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지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실제로 나는 당시 너무나도 우울해서 이따금 목을 매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나의 적, 돌아온 3명에게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나는 8년 넘게 일한 영화관을 떠났다.
꽤 할 이야기가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그랬다지 시간이 약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부정의 기운이 많이 희석되었다.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적기도 했다.
나에게 영화관이란 무엇인가, 어떤 곳이었을까.
이 글을 연재하면 답을 조금이나마 찾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더 이상 그때처럼 영화를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어떤 영화가 더 잘 팔릴지, 어떻게 배정해야 다른 극장보다 더 관객이 올까 하며 말이다.
다시 관객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영화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