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어령의 마지마 수업> 을 읽고
어느 순간부터 ‘내일 내가 죽는다면’ 이라는 가정을 한다.
죽음과 맞닿아 있다고 보기에는 누군가에겐 어린 나이일 수도 있지만, 죽음을 생각해 보았던 나에게 죽음은 삶과 항상 함께이다. ‘인간은 죽는다.’는 불변의진리를 잊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
결국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기자 김지수가 이어령과 그의 생전 인터뷰한 내용을 엮어 출판한 도서이다. 난 인터뷰의 대상자인 이어령의 생애에 관해 아는것이 많지 않았다. 그가 전 문화부장관이었다는 것과, 인문학자 및 국문학자, 작가였다는 것 정도.
어떤 도서를 쓴 작가가 궁금해지는 경우는, 그 도서가 나의 마음에 어떤 측면으로든 와닿는 경우이다. 책을 읽고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경험을 해서 이런 생각을 해낸 사람은 대체 어떤 삶을 산 것인지 진심으로 탐구해보고 나의 삶에도 적용하고 싶거나, 그 반대이거나.
이 책은 그 중간 정도였다. 그가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은 인물이었다는 점과, 여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도 이견을 가지지 않지만, 죽음을 앞두고 한 인터뷰여서 인지, 혹은 이미 생을 마감했다는 결말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의 말에서는 어떤 생명에 대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들과 자신의 생각을 이토록 솔직하게 풀어낼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여러 대답이 나온다.
스스로와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사람. 항상 질문하고, 내면에서 발현되는 반짝이는 빛을 잃지 않는 사람. 순수하고 맑은 사람.
이와 같은 말들이 결국 내가 지향하는 바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아왔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일정할 수도, 그리고 변할 수도 있다. 이어령의 말처럼 ‘인간은변덕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 보편성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본인의 변화를 인정하는 자만이, 타인의 변화 또한 인정할 수 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은 사랑의 궁극적인 지향점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있는 그대로’라는 말 속에서 ‘있는’의 형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고여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오히려 고여 있음을 지양하고 거부하며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기에 자신, 그리고 타인의 변화 자체까지도 수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나도 이어령의 말처럼 절대 불변의 강한 신념을 가진 자는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한 것이 강한 것이며, 휘는 것이 부러지는 것보다 강하다는 것을 나는 늘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변화를 내가 줄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영향을 줄 수는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으로서의 모습. 아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훈육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본인부터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시기의 사람에게 약간의 영향은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령이 말했듯, 결국 삶은 혼자다. 자신이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받아들일지를 선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조종하는 것도 자신이다. 고로, 변화 또한 스스로만이 해낼 수 있다.
이어령은 묻는다.
‘너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누구나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강하게 표현하느냐, 표현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만약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그러한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에 따라 영향 받고, 그렇게 스스로 변화하고, 또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인생은 나그네길. 결국 인생은 혼자이지만,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 또 질문하고 대화하기 위해서 타인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잊지 말자.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는다. 이것만이 이 세상에 현존하는 절대 불변의 진리이다.
내일 죽는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 사진 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