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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honeymind Jun 08. 2020

당신의 '회복력'을 믿나요?


•회복-력 回復力:

어떤 자극으로 달라진 상태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힘.

(출처:표준국어대사전)


•Resilience: 

The capacity to recover quickly from difficulties; toughness.

(출처:Google)



나는 '회복력'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어떠한 곤경과 상처로부터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사가 세션을 진행할 때 내담자의 회복 가능성(potential)을 믿지 않는다면, 심리치료는 가히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직업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모든 개개인이 더 나은 모습을 향해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노력하에 차츰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직업을 택할 리가 없다.


나 또한 심리치료사로서 그렇게 모두에게 '회복'하고 '향상'할 수 있는 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깔려있다. 바로, 내담자에게 회복하고 싶은 '의지'가 있냐는 것이다.  


내담자가 자신의 마음의 방문을 열지 않는다면, 자신이 회복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날 의지가 없다면, 당분간 그에게는 회복의 가능성은 열리지 않는다. 물론 처음 몇달 간 세션을 진행할 때 내담자의 마음의 방을 열기 위해 관계 형성을 하며 신뢰를 쌓으며 치료적 관계(Therapuetic Relationship)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필수이다. 그 관계 속, 치료사도 내담자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움직일 수 있고, 내담자도 마음을 차츰 열어나간다.


사적인 공간에서도 마음에 병이 깊게 곪아있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나포함 누구에게나 이따금 마음의 병이 있지만, 여기선 정말 심각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나는 변하지 않아' 혹은, 난 '이렇게 난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못 변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정말 아프고 속상하다. 자기 자신이 성장할 것이라 믿지 못하는 것, 그것만큼 슬픈 게 있을까.


나는 그들에게 '회복'을 경험한다는 것은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력하면 된다고, 그리고 그것은 평생 노력해 나가는 과정(Life-long process)이라 말해준다. 자기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창피해서 가리고 싶었던 수치스러운 부분을 마주하고 안아주고 수용해야 하는 데, 사실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느껴 변하고 싶은 강한 의지,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매우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치료적 관계(Therapuetic Relationship)에서는 사실 많은 내담자들이 끝없이 치료자를 테스트한다. 그들은 분노와 절망 등 자신의 모든 감정들을 투사한다. 이를 견뎌내며 세션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심리치료사에게는 당연한 역할이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세션 밖에서는, 그렇게 나 홀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관계는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상처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보면, 직업병과 공감능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말이 나오고 진심 어린 응원을 계속해주고 싶다. 하지만, 치료 관계가 아닌 상호작용이 필요한 사적인 공간과 생활 속에서 내가 치료사 역할을 계속 맡아갈 수는 없다. 특히 나를 소중하게 여기거나 존중해주지도 않는 사람들을 붙잡고 “변할 수 있어”라며 끌고가다간 내 자신이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물론 상대방이 끌려오지도 않을뿐더러). 변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나 혼자' 주야장천 계속 이끌어갈 수는 없는데, 가끔 보면 내가 심리치료 일을 하니, 사적인 공간에서도 내가 자신들의 심리치료사이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테라피세션 밖에서의 상황을 말한다).  


물론 그들이 '정말 아팠겠다... 얼마나 상처가 컸기에, 그것을 같이 제대로 처리해주는 누군가가 없었기에,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그 상처에서 왜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나 또한 심리치료사가 되기 전 나의 약한 모습들을 마주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던 시절, 그리고 '회복'에 관심 없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과거는 과거이다. 우리는 모두 깊은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 우물에서 나올 생각을 틀어고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거라는 그 자리에 평생 머물 것이다. 꼭 심리치료를 받아보며 자신의 내면을 프로세스해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덧붙여 전하고 싶다. 우물 위에서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만 믿고 그 손 꼭 잡아보라고. 우물 밖으로 나오면,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한 삶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P.S. 내가 좋아하는 코믹하며 할 말 없게 만드는 풍자식의 문장들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If you can't love yourself, how the hell you gonna love somebody else?"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느냐라는 말이다. 자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믿어준다는 전제에는, 자신을 향한 믿음과 존중이 필요하다. 그것은 건강한 자기 사랑 (self-love)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만족도 높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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