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속을 여기저기 누비다 보면 오손도손 다정한 노부부들의 뒷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이태리제 수트를 엘레강트하게 차려입으신 멋쟁이 할아버지, 그리고 그 옆에는 소녀스럽게 팔짱을 끼신--찰랑거리는 하얀 단발 커트의 새까만 선글라스 할머니. 그렇게 소호(Soho)를 누비는 멋쟁이 노부부.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위치한 유명한 재즈클럽 벌드랜드(Birdland) 대문 앞 오른쪽 손으로 지팡이를 잡으시고 위태위태하게 걸어 들어오시는 가냘픈 할아버지의 그 손목을 꼭 잡으며--왼쪽 손이 되어주시는 그의 평생 짝꿍 할머니.
카네기 홀(Carnegie Hall) 예브기니 키신(Evgeny Kissin)의 독주회 마지막 앙코르 공연 속 곡의 제목을 궁금해 하는 할머니를 위해 노래제목을 찾아주는 앱을 얼른 틀고서는 바로 타이틀을 찾아주시며 귓속말로 다정하게 알려주시는 완벽한 내 이상형의 할아버지까지.
뒷모습의 모양들은 제각기 다르지만, 그들이 함께 다져온 단단하고 따뜻한 사랑의 흔적들은 그들 모두에게서 똑같이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수없이 긴 세월을 함께 하며 모든 것을 견뎌내고 서로 보듬어주었던 그들의 뒷모습에는 감히 아무도 탐할 수 없는 진한 우정의 향기가 존재한다.
차디 찬 도시 바쁘게 돌아가는 이 도시 속 그들의 뒷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나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20년 후, 나도 저런 모습을 하고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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