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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Feb 09. 2023

포근하다.

어제는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나이는 나보다 적지만 때론 언니처럼 의지하기도 하고, 때론 동갑내기 친구처럼 얘기를 편하게 하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는데 마치 어제 봤던 것처럼 편안했다.      


바람이 차지 않은 포근한 날씨 덕에 산책하며 주변의 경치도 돌아보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길가에 심겨 있던 나무, 그리고 그 나무 기둥은 두꺼웠다. 한 품에도 들어오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나무 기둥을 덮고 있는 것이 있었다. 손뜨개로 예쁘게 뜬 덮개였다. 나무마다 다양한 무늬로 수놓아진 털 덮개를 입고 있었다. 아마도 그곳에 서 있는 나무들은 이 손뜨개 덮개들 덕분에 겨울의 강추위를 잘도 버티어내고 있었나 보다.      


이 아침, 어제 보았던 나무와 손뜨개 덮개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자식을 사랑의 눈으로 언제까지나 바라봐주는 부모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 마음 가득히 포근함이 번진다.     


친구와 길을 걷다가 식사를 했다. 창밖을 볼 수 있는 곳에 앉았다. 하지만, 창밖을 볼 일이 없을 정도로 대화에 집중했다.      


요즘 조금 먼 곳으로 조금 긴 기간을 여행하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그런 여행은 처음이라 막막해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여러 가지 유용한 여행 관련 정보와 앱을 알려주었다. 단순히 알려주는 정도가 아니었다. 앱을 직접 열어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실행하고 하나하나 보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 친절한 설명으로 나는 그 정보와 앱 사용법에 대해 ‘완전 학습’이 되었다. ‘어쩜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가 있을까?’ ‘이 친구는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웠다.      


안전지대.      


놀이터에 엄마와 함께 놀러 간 어린아이가 있다. 그 어린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노는 곳 한쪽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감 있게 놀이터 모래사장으로 달려가 탐험을 한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고 엄마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러다가 달려와 엄마에게 안기기도 한다. 이때 엄마는 그 아이의 안전지대다. 안전지대는 내가 마음 두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안전지대는 어린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닌 듯하다. 나에게도 안전지대는 필요하다.      


안전지대에 있었던 어제, 나는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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