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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Feb 12. 2023

마음결이 거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 표현은 요즘 계속 읽고 있는 책 ‘감정 어휘(유선경)’에 나온 것이다.     

 

아주 오래전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였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시간이었기에 눈에는 잠이 가득 차서 공항에서 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내 앞을 지나치던 여러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들, 그리고 공기조차도 낯설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렇게 발을 디딘 순간부터 한국이 그리웠다. 그러한 향수병은 그때부터 시작해서 꽤 오래 지속되었다.      


임신하고 입덧이 시작되고 요리도 제대로 못 했던 때였다. 그때 유난히 먹고 싶던 음식이 있었다. 오이소박이. 그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어서 주변에 있던 한인 식당을 여러 곳 다니며 살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때는 얼마나 절박하게 먹고 싶던지…. 그렇게 몇 주를 끙끙 앓았다.      


그렇게 짙은 향수병을 앓으며 시작된 미국에서의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그리고 그 이후 한국에서의 생활도 10년이 넘었다. 참…. 이렇게도 시간이 빨리 지나버리다니…. 훌~쩍.     


갑자기 나의 예전 미국 생활을 기억해 본 이유는 어제 보았던 미국 드라마 때문이다. 그 안에서 그리고 있는 미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유분방함이 나에게는 아직도 불편하다.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딸과는 다르게 난 내가 부여잡고 있는 가치 기준을 쉽게 무너트리지를 못하겠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아닌 모습을 보며 얼마나 불쾌해하고 불안해하는지…. ‘어떻게 저럴 수 있어?’라고 몇 번이나 되뇄던지…. 마음결이 그 순간 어찌나 거칠어지던지….     


이러한 나 자신을 보며 내 한계를 보았다. 


난 아직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삶의 폭이 참 좁았다.     


나의 옳고 그름의 기준이 너무 융통성이 없고 어찌 보면 답답한 모습으로 사는 것 같다. 유별나게 조심하고 유별나게 삼가고….     


나는 여태껏 내가 만진 코끼리 일부분을 전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나의 마음결이 부드러워지길 소망해 본다.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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