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이곳저곳 취업 시험을 보던 때다. 그중 한 곳의 면접을 앞두고 아주 많이 떨리고 긴장되었다. 평소에 화장을 거의 안 하고 다녔지만, 면접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색조 화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할 자신이 없었다. 화장뿐만 아니라 미술 시간의 데생이나 풍경화 그리기 등에 나는 영 소질이 없었다.
그때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곳은 오직 하나, 동네 미용실이었다. 동네에서 그래도 잘해줄 것 같은 곳을 나름 물색해서 한 곳을 찾았다.
미용사님께 ‘면접을 봐서요. 미용사님께서 알아서 잘해주세요.’라고 부탁드리고 정말 알아서 해주실 거라 믿었다. 미용사께서는 정말 정성껏 여기저기를 만지며 열심히 화장을 해주셨다. 드디어 화장이 다 끝나고 거울을 보았다. 아이섀도와 볼 터치 그리고 립스틱이 스치고 지나간 화려한 색들의 흔적이 둥둥 떠 있는 내 얼굴을 보고 순간 참 어색했다.
‘어때요. 잘 됐지요?’ 하시는 미용사님께 ‘아. 네…. 하하 감…. 사합니다.’하고 그곳을 나와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면접장으로 가는데 얼마나 긴장되고 떨렸는지 모른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면접장으로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우황청심환’을 샀다. 그리고 포장지를 벗겨 입에 넣고 씹었다. 그런데 너무 늦게 먹은 까닭인지 약효는 별로 없었다. 1~2시간 전에 먹었어야 했나 보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난 화장을 못 한다. 그리고 여전히 긴장과 떨림의 순간도 함께 한다.
긴장과 떨림의 대상이 요즘엔 내 안에서 물밀듯이 일어나고 있는 감정들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일들에 쫓겨 살다 보면 마음을 돌볼 시간이 없다.
조용히 책을 읽는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좋은 영화나 공연을 본다든지, 이렇게 글을 쓴다든지 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그 시간에 내 마음을 돌보고 어루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 그리고 감정들에는 ‘우황청심환’과 같은 미리 먹는 약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돌아보고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3월이 되면 더욱 바쁜 일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 마음에 필요한 약을 미리미리 챙겨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