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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Jul 11. 2024

포슬 포슬

파도 소리가 시원하다.

자연의 소리는 이렇게 나의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카페의 주인장님이 베풀어 주신 공간이 참 좋다.

앞에 길게 놓인 하얀 판에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고 흰색 거품을 일으키는 파도가 오고 간다.

옆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서 파도 소리가 리듬감 있게 흘러나온다.


입구 쪽에 놓여 있는 포슬포슬 구워진 바나나 파운드케이크 하나를 샀다.

차와 함께 내주셨는데 따뜻하게 데워주셨다. 한입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적당한 정도의 당도와 가끔 씹히는 호두의 고소함이 입 안에 한가득하다.      


대추차 때문에 이 카페를 찾곤 했는데 오늘은 그 밖에도 좋은 것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에서 발견하게 되는 의외의 것들은 나에게 소중하다. 그러한 것들로 인해 나는 삶의 재미와 자유를 느끼게 되곤 한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게 펼쳐진 지평선을 보니 마음이 탁 트인다.

대추차 위에 둥둥 떠 있던 예쁜 대추 조각을 물었다. 퉁퉁 불어있어서 폭신하다. 맛있다.     


자유라는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착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달고 너무 오랫동안 살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더는 지나칠 정도로 나를 희생하며 착한 연기를 하고 싶지 않다. 나를 착한 사람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 착하다 또는 나쁘다고 평가받는 기준 따위를 벗어던지고 싶다. 내 안에 꿈틀대는 나의 본래 모습을 찾아내어 발산하고 싶다. 남보다는 나를, 사회적 기준보다는 내 안의 느낌을 더 존중하고 싶다.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칠 때보다 중학교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참 순수하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풋’하고 웃는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곤 한다. 아닌 것처럼 연기하기도 하지만 연기라는 것이 보일 정도로 미숙하다. 그러한 미숙한 모습이 난 참 좋다. 그런 모습을 나는 순수함이라고 말한다. 이번 달로 중학교에서 근무한 지 1년이 넘었다. 매일 

매일 아이들의 순수함에 내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진다.      


남편은 일로 바쁘고 아들은 연애로 바쁘고 딸은 공부로 바쁘고 나는 자유롭다.

이런 자유로움이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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