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차 만났던 아기(5월 7일생. 5월 13일부터 서비스)가 6월 5일 어제 30일 차가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서비스는 3일, 언제나 그렇듯 섭섭_시원합니다.
이 아기를 만나기 며칠 전 잠깐 설렜습니다. 설렌 이유는 '조리원에 가지 않은 아기라는 것'. 얼마나 설레던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했답니다.
"이번에 만날 아기는 조리원에 가지 않은 아기라네! 얼마만에 갓 태어난 아기를 만나는 것인지 설렌다!"
그랬더니 딸이 묻더라고요. "그런데 엄마가 왜 설레?"
딸에게 말했죠. "원시적인 것에서만 느낄 수 신비로움이라고 표현하면 이해될까? 아기들이 다 이쁘긴한데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선 건강한 기운이 확실히 더 느껴져. 이 아기처럼 조리원에 가지 않는 아기들이 좀 더 많아졌음 좋겠다!"
언젠가부터 산후조리원 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졌습니다. 물론 이 산모님처럼 이런저런 이유로(첫째나 둘째를 맡길 곳이 없어서, 조리원 같은 시설 생활이 싫어서, 경제적인 문제로 등) 조리원에 가지 않는 산모들도 있기는 있지요. 최근 아주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긴한데...
대개 첫째 출산인 경우 조리원에 가는 경향이 많은데요. 조리원에 간 이유를 넌지시 물어보면 "아기가 어떻게 될까 봐 불안해서, 그래도 조리원에서 2주 자란 후면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타 이유: 꼭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조리원에 가야 산모가 쉴 수 있다고 해서 등)
이 산모님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이 산모는 대부분의 산모들이 조리원을 선택하는 이유인 "아기가 어떻게 될까 봐 불안해서, 그래도 조리원에서 2주 자란 후면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지레짐작해 본 적이 있습니다.
셋째거든요. 그만큼 아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없는 것은 당연하겠죠. 게다가 요즘 산모 들치고 나이가 좀 적은 편에 속하는데, 8살과 7살 연년생 남매를 아주 의젓하게 키워내고 있더라고요. (속으로 생각한 적 있어요. 이런 엄마들 좀 많았으면 좋겠다고.)
어제, B형 간염 2차 접종도 할 겸 1차 영유야 검진도 할 겸 아기와 함께 신촌 세브란스에 다녀왔는데요.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서 "먹는 양 수유 텀 좋고 몸무게도 잘 늘었고 아주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똘망똘망한데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조리원에서 2주가량 지내고 오면 아기가 그만큼 자라 돌보는데 훨씬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은 잘 알 겁니다. 조리원 다녀오는 것만으로 육아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상 조리원에 있는 시기는 아기들이 먹고 자고 하는 시기라 어쩌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사실 이 아기는 약간 작게 태어났습니다. 남자 아기 표준 체중은 3.4kg, 400g 적은 3kg가량으로 태어났는데요. 30일 차 몸무게는 4.3kg으로 표준 체중으로 태어난 아기 정상 성장 몸무게와 같답니다. 옛 어른들 말씀 "작게 낳아 크게 키워라"는 말처럼 자란 것이지요. (1주일에 200~300g 증가. 대략 1달에 1킬로 정도 증가. 백일 몸무게는 출생 당시 몸무게 두 배면 됨. 대략 6.5kg정도면 됨)
7일 차 만난 그날 제가 느끼기에는 조리원 2주 다녀온 아기들이 먹는 만큼인 100ml를 먹고 싶어 하더라고요.
당시 아기가 먹고 있던 분유의 1~2주 아기 1회 권장량은 80ml. 게다가 이는 표준 체중으로 태어난 아기에 맞춘 것이니 표준 체중보다 400g이나 작게 태어난 이 아기가 원하는 100ml는 객관적으로 따지면 좀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동안 만났던 아기들 중 이 아기처럼 유독 많이 먹고 싶어 하는 아기가 더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기가 많이 먹고 싶어 하는 그만큼 먹여야 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동의하는데 가끔은 지나치게 염려하며 동의하지 못하는 산모들도 있더라고요. 급기야는 아기는 계속 더 먹고 싶어 하는데도 먹이지 못하게 하며.
솔직히 '탈이 날까 봐, 아기가 어떻게 될까봐'로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생아 때부터 배꼴 이 지나치게 커지면 쓸데없이 많이 먹게 된다", "소아비만으로 이어진다더라", "많이 먹으면 속에 가스가 많이 차고 그래서 복통이 심해 계속 안아 달라고 한다더라"와 같은 말을 할 때는 솔직히 한숨이 나오곤 하더라고요. 앞으로 남은 날수를 어떻게 서비스할까? 싶고요. 아기가 안쓰럽고.
최근 몇년 전부터는 "아기 위 용량은 90ml, 그 이상 먹이면 게워낸다더라"거나, "아기 몸무게X2+20?" 이런 식으로 아기가 먹을 양을 계산해 먹이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물론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신생아 때부터 소아비만으로 이어질까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나쁘다고만은 말할 순 없습니다. 어쩌면 수치로 계산해 먹이는 것이 훨씬 체계적?합리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여하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기들의 체중 증가는 단순히 몸집이 커진다가 아니란 것. 미성숙한 채로 태어난 장기들을 비롯하여 신체 곳곳 기능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아기들은 자기들이 먹어야 할 양을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것으로 인한 갈증을 아기들도 느낄 거라는 겁니다.
6월 5일 어제로 30일 차인 이 아기는 6월 4일부터 수유 후 30분가량 혼자 모빌을 보며 놀기도 하고, 먹을 시간이 되어 자지러지게 울다가도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면 울음을 뚝 그치고 기다릴 줄도 안답니다. 지난주만해도 한밤중에 그렇게 먹겠다며 울더니 이제는 밤~새벽에는 먹지 않고 5시간 가까이 자기도 하고요.
만약 이 산모가 태어난 지 2주도 안된 아기라며 80ml 이하로 먹이길 고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도 이와 같은 평온한 성장은 없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기들은 먹고 싶어 하는 만큼 먹이지 않으면 깊이 잠들지 못하거든요. 배고픔 그만큼 칭얼대거나 안겨들기도 하고요. 배고픔에 대한 갈증 때문에 밤중 수유 끊기 같은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몇년 전 30일 차에 만난 아기가 100ml 이하 수유 중. 그동안 먹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3일가량 170ml씩 폭풍처럼 먹고서야 120~140ml 정도로 돌아온 아기도 있었거든요.
그러니 이런 저런 수치들은 참고만(아기들은 기계가 아니잖아요), 우리 아기는 어떻다 운운 개인 블로그 글도 그저 참고만(그 아기는 우리 아기와 다르잖아요) 하세요. 그보다는 우리 아기가 보내는 신호나 아기가 원하는 것에 더욱 세심하게 마음 두고(가슴으로) 돌보길 권합니다. 단언하건데, 그래야 아기가 훨씬 안정되고 그만큼 육아가 쉽거든요.
(작게 태어난 아기 중에 많이 먹으려고 하는 경향의 아기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마도 생명의 본능 아닐까? 표준에 따라가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