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몇백만 원이라던데 산후조리원에 꼭 가야 하나요? 옛날엔 산후조리원 없이도 다 키웠다면서요? 돈 없어서 애 못 낳는다는 말이 요즘엔 정말 실감 나요."
얼마 전, 누가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물은 이는 내가 산후관리사란 것을 모른다. 다만 인생 선배니까, 남매를 반짝반짝 키워낸 사람이니까 묻는 것이다. 여하간, 아빠가 될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오면 뭐가 좋겠다 조언하기 힘들다. 조심스럽다. 난감하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산모들의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산후조리원 이용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산모들에게 이용 후기를 물어보기도 한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길 잘했다는 산모들이 그 이유로 대답하는 것 중에는 "밤잠을 편히 잘 수 있어서 좋았다"로 가장 많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은 "아기를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이와 비슷한 대답으로 "탯줄도 떼지 않은 중요한 시기를 보낼 수 있어서 안심"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편히 쉴 수 있다고 해서 믿었는데 밤에만 그렇지 마냥 푹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다른 조리원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전 모자동실을 선택해서 더 쉬지 못한 것 같아요. 아기가 울면 콜이 와요. 그럼 가서 젖을 물려야 해요. 그리고 좀 쉴만하면... 오전 오후 이렇게 두세 시간 정도 아기를 보면서 보살피면서 육아 교육을 받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낮에는 관리사님이 다 봐주시잖아요. 밤잠 못 자는 것 빼곤 오히려 관리사님과 있는 지금 더 마음 편히 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밤잠 못 자는 것 낮에 잘 수 있으니 처음부터 이렇게 해도 되지 않았을까? 몇백만 원 들여가며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맞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어차피 조리원 2주로 산후조리를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육아도 다 해결되는 것 아니잖아요"
이처럼 말하는 산모들도 많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조기퇴실했다는 산모도 여럿 있었다. 여하간, 산후조리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좋다 나쁘다 조언은 어렵다. 누구에게든 선뜻 권하기에는 비용이 너무나 비싸다. 그것도 터무니없게 말이다. 그렇다고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또 선뜻 말할 수 없는 것은 출산 후 한동안은 누군가의 적절한 도움 없이는 지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만사 다 그렇듯 육아나 산후조리도 딱 그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게 산후조리원에 꼭 가야 하나? 고 물은 예비 아빠의 말처럼 "옛날엔 산후조리원 없이도 다 키웠다"인데 옛날까지도 아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는 산모들이 대부분이었다. 덧붙여 말해주고 싶은 것은 '출산 후 누구나 산후조리원에 가야만 하는 것으로 굳어져가는 동안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고도 산후회복과 아기 키우기 더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름의 생각이나 사정으로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고 처음부터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용감한 산모와 그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기를 바라며'이다.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 즉 어디에 기본을 두는가? 에 따라 그 내용은 많이 달라진다. 이제까지 산후조리원에 꼭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에 기본을 둘 수밖에 없던 사람들과 달리 '산후조리원에 꼭 가지 않아도 된다?'에 방점을 찍고 출산과 육아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의 바람도 더해 쓴다.
-기본 산욕기는 6주 혹은 8주까지: 세이레(삼칠일, 3주=21일)를 산후조리기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에 그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6주 혹은 8주까지다. 이 6주 혹은 8주는 임신과 출산으로 변화된 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한편 제기능을 하도록 회복하는데 필요한 기간이다. 이 정도까지는 산모를 위한 주변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한데 특히 산후조리원에 있게 되는 '출산 후 ~20일' 정도는 최대한 많이 자는 것이 회복에 좋다. 이걸 염두에 두고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고 산후조리를 계획하면 좋겠다.
-'정부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는 반드시 선택하자: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지원서비스를 선택하지 않거나 기간을 줄여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급 모든 기간 선택을 권한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해 본 산모들에게 물어본 것을 참고로 지레짐작, 조리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육아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기간을 연장해 선택하는 것도 추천한다. 밤잠이 걱정이라면 정부지원에 자기 비용을 더해 선택하면 된다. 그래도 산후조리원 비용보다 저렴하다. 그런데 기간 연장이라면 처음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산후관리사가 이어서 해줄 수 없는 상황(아기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다른 누군가를 적응하는 것은 아기만이 아니라 산모도 큰 모험이다)도, 연장을 받을 수 없는 일도 있다.
예약은 출산 예정일 40일 전부터 할 수 있다. 그런데 가급이면 서둘러서 임시 예약한 후 출산예정일 40일 완전 예약을, 이용해 본 사람들의 추천을 권한다. 몇 년 전 출산장려책으로 일부 산모들에게 주어지던 정부지원 혜택을 모든 산모에게 지원으로 확대하면서 산후관리사 파견업체가 많이 생겼다. 자격이 부족한 산후관리사도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는데 이용해 보기 전까지는 판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산 직후 정부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출산일로부터 60일 이전까지는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모르긴 몰라도 출산 한 달이 지난 산모의 콜을 받아주는 업체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서 선택하길 잘했다는 것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마사지'다. 산후조리원 설명에 마사지도 포함되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만 해준다. 나머지는 맛보기로 제공된 후 산모가 선택, 별도의 값을 치르고 받게 된다. 산모들에게 듣기로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이 그렇다.
최근 휴대용 침대를 가지고 다니며 마사지 해주는 업체가 늘었는데, 꽤 알차 보인다. 실제로 회복에 도움 된다, 도움됐다는 사람도 많다. 모유 수유에 도움 되는 모유 마사지도 포함되어 있고 부기를 빼주는 마사지도 포함되어 있으니 '반드시 몇 차례 선택'을 권하는데 가급이면 산후관리사 서비스 기간 중에 받는 것이 좋겠다. 누군가 아기를 봐줘야 해서다. 게다가 산모 건강관리는 '하루라도 빨리'가 더욱 도움 되어서다.
덧붙이면, 산후조리원에서도 추가 요금으로 마사지를 받기 때문에 마사지를 받는다고 해도 산후조리원 이용요금보다 훨씬 돈이 덜 든다. 최근 산후조리원에서 마사지를 충분히 받았다는 산모들도 마사지를 추가로 많이 받는다. 그렇다 보니 출산 후 선택하려고 하면 일정 조율이 되지 않아 원하는 업체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지인 추천이어도 그렇다. 그러니 출산일과 맞춰 몇회만이라도 예약, 이용 중 연장이 좋겠다.
-울혈 등 젖 트러블에 신경 쓴다: 젖 물리는 것과 상관없이 출산과 함께 젖이 나오기 시작한다. 출산 직후 제대로 물리지 않으면 울혈과 같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젖양은 3차에 걸쳐 많이 는다. 출산 직후, 출산 한 달 무렵, 출산 두 달 무렵 이렇게다. 젖양이 출산 두 달 무렵에 많이 늘 수 있다는 것은 울혈과 같은 젖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앞에서 말한 산모마사지에 모유 촉진과 트러블 방지를 위한 모유마사지가 포함(예약 시 반드시 물어본다)되어 있다. 00 통곡이나 00타니 같은 모유 마시지 업체도 체인점화(예약으로 시간 조율 후 방문해서 받는다) 되어 있어서 도움 받을 수 있다.
첫째 출산이라면, 모유를 먹이겠다면 모유 마사지는 출산 직후, 가급 빨리 받는 것이 모유 수유는 물론 트러블을 방지하는데 도움 된다.
-출산과 함께 유축기 대여: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유축기를 대여해 준다. 출산 직후 대여받을 수 있도록 출산 전에 미리 문의한다.
-내게 무엇이 좋은지 객관적으로 생각, 바람직한 선택을 하자: 출산 후 한동안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래서 좀 쉬라고 하면 스마트폰 때문에 쉬지 못하는 산모가 많다. 자러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피곤한 기색이어서 물어보면 역시나 스마트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모들이 그렇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기본적으로 쉬어야 하는 것마저 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돼버렸다. 일반인들보다 휴식이 더욱 필요한 산욕기인데, 그래서 주어진 여유로움을 막상 스마트폰 때문에 더욱 혹사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요즘 생활 전반에 스마트폰이 연결되어 있어서 스마트폰 외면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해야 하는 것들(장보기나 필요한 육아용품 구매)이 많다. 그래도 가급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쉬려는 노력을 해보자. 최소한 출산 직후 ~2주까지만이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 그에 맞춰 생활한다.
-산후회복이 먼저, 다이어트는 산후회복 이후에: 젖을 잘 먹이는 것만으로 체중감량이 된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용,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다이어트 식단으로 유축해 먹이는 산모를 만난 적이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역시 다이어트 목적으로 헬스나 필라테스를 계획하는 사람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스쿼터도 안된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권한다.
-육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책 한권만이라도 출산 전에 가급 읽어둔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편하긴 하다. 그런데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위주로만 찾아 읽게 될 가능성이 많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한 것인데 당연한 상식인양 쓴 글들도 많다. 문제는 초보 육아자들은 분별이 쉽지 않다는 것. 자칫 다른 아기 사정에 내 아기를 맞추거나 비교하며 육아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육아를 보다 쉽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산모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산 전에 육아 관련 책 한 권을 읽어봤다'거나, '조카를 안아준 적이 있다거나' 등으로 아기가 낯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산욕기라고 해도 가급 활동하는 것이 산후회복에 훨씬 좋다: 산욕기에만이라도 충분히 쉬어야 산후회복에 도움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쉬겠다거나 온종일 누워 지내는 것은 좋지 않다. 출산 후 2주 가량은 가급 쉬는 것이 좋다. 그런데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집안일은 차츰 스스로 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불편하지 않은 때 하루 30분 정도의 산책이 산후회복에 훨씬 도움 된다. 운전은 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