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산후조리원에도 가야 하는 거 맞지?"
몇 달 전, '내년쯤 아이 계획이 있다'는 딸이 묻는다. 딸에게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는 산모들도 많지!"라고 답했더니 "산후조리원도 병원 같은 그런 곳 아냐?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꼭 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라고 답한다.
언젠가부터 병원에서 출산 후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산후조리원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아마도 내 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육아 관련 개인들의 경험담 대부분 산후조리원 운운하는 글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산후조리원이 뉴스 주인공 되는 경우가 좀 많은가.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일지도 모르겠는데,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는 경험자들의 글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가끔 비싼 산후조리원 혹은 아무개 연예인이 이용했다는 산후조리원을 거쳐온 것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이기도 한지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은 것을 '이용하지 못한' 혹은 '경제력이 없어서'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사회 분위기라 소신 있게 '산후조리원 선택 안 함'을 했다가도 위축되기도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경험의 글은 찾아보기 힘든 것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여하간 산후조리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으로서 답하면.
"산후조리원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꼭 갈 필요도 없다. 가지 않는 산모들도 많다"
"산후조리원 2주로 육아도 산욕기도 끝나지 않는다! 산후조리원 퇴실부터 육아시작이다"
그래도 막상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뭣보다 아기를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로 불안과 걱정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산후관리사) 정부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산후관리사라면 충분히 도움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니 꼭 산후조리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아울러 산후조리원에 가면 육아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어떻게 될 거라는 기대감도 버리자. 참고로 산후조리원 퇴실부터 육아 시작이다.
게다가 밤에도 도움을 받고 싶다면 입주산후관리사를 선택하면 된다. 출퇴근 관리사에 비해 비용이 비싸다. 그런데 2주 이용료가 몇백만 원 혹은 천만 원이 훌쩍 넘는 산후조리원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런 금액이다. 여하간 오늘은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는 산모들에게 도움 되는 것들에 대해서다.
가장 중요한 '수유'는 이렇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어느 정도를 어떻게 먹이는가'이다.
▲모유를 먹일 계획이더라도 분유를 준비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먹는 것도 미숙하다. 잠이 많이 필요한(20? 22? 시간 이상) 신체적 특성으로 먹다가도 쉽게 잠들고 자면서도 먹는다. 한편 '출산 직후 젖이 분비된다'라고 하나 처음부터 젖만 먹여도 될 정도로 젖이 많은 산모는 거의 없다(출산 시 사용한 주사제와 같은 약품 영향 때문이라고도 한다). 여하간 이렇다 보니 충분히 먹지 못해 깊이 잠들지 못하고 보챈다.
▲어느 정도 먹여야 하나? 국내의 한 분유통에 보면 1~2주 아기는 하루에 80ml 씩 7~8회(하루 총량 560ml~640ml) 먹이라고 되어 있다(그런데 이는 표준 몸무게로 태어난 아기 기준, 그리고 표준이다. 즉, 약간 덜 먹는 아기도 있고 더 먹는 아기도 있다는 것, 그래도 된다는 이야기다. 모유든 분유든 분유통이 제시된 양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수입 분유는 '~2주' 하루에 70ml씩 5~7회(하루 총량 350~490ml)로 국내 생산 분유보다 적은 양이다.
▲초유는최대한 먹일 것: 출산 직후 며칠 동안 분비되는 초유는 무조건 먹이는 것이 좋다.
▲젖 분비에 가장 좋은 자극은 아기 입, 즉 아기가 젖을 빨아먹는 것이다. 그러니 젖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가급이면 자주 물린다. 각각 15분씩 물리면 되는데, 쉽지 않다면 10분씩, 아니 5분씩 물린다. 그런 후 40~60ml 정도의 분유를 타 먹게 한다. 모유 분비 정도에 따라 차츰 분유 보충양을 40ml로 고정해 보다가 아예 해보지 않는다. 그러고서도 2시간 이상 잔다면 충분한 것이다.
▲젖양이 충분한 것 같아도 하루에 1~2회 정도는 분유만(이 경우 80ml 정도) 먹여 얼마나 먹는지 파악하면 도움 된다. 이때, 분유만 먹일 때 산모는 유축을 해(양쪽 젖 각 15분씩) 내 젖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유축한 것은 냉장보관했다가 중탕해(40~60℃ 물에 담갔다) 먹인다. 유축한 것은 실온 보관 6시간(전문가에 따라 4시간) 권장으로 교육받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무조건 냉장보관'을 권한다. 1시간 후 먹일 계획이 없다면 말이다. 우리나라가 많이 더워지고 있다. 미세먼지로 문을 거의 열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여러모로 예전보다 더워지는 생활공간이다. 그래서다.
▲1~2주 아기는, 모유는 2시간 간격으로, 분유는 3시간 간격으로 먹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후 모유는 2시간 반~3시간, 분유는 3시간 반으로 수유간격을 벌린다.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잔다면? 아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달이 안된 아기는 3시간 반을 넘기지 말고 깨워 먹인다. 한달 가량 아이는 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한달 쯤되면 밤에 전혀 먹지 않고 5시간은 잘 수 있다)
▲분유는 처음부터 3시간 간격을 지켜야 한다. 모유만 먹일 경우 먹을 시간이 되지 않았어도 아기가 배고파하면 먹인다. 1~2주 모유 권장 횟수는 분유 권장 횟수보다 많은 8~12회다. 분유 역시 1회 권장량 80ml보다 적게 먹거나 빠는 힘이 약해 너무 오래 먹는다면 3시간이 되지 않았어도 먹여 하루 권장쟝 가까이 먹여야 한다.
그런데 갓 태어난 아기들은 먹는 것도 미숙한 데다 잠을 많이 자야 하는 시기이므로 충분히 먹지 못하고 자는 경우가 많다. 먹다가 잠들면 깨워(등을 토닥여주거나, 귀나 발을 만지거나 등의 방법으로) 먹인다.
▲함몰 유두라면 먹일 쪽 팔로 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안은채 먹이는 풋볼자세가 도움 된다. 출산~8주까지는 울혈 가능성이 있다. 함몰유두가 아니어도 풋볼자세로 한 번씩 먹이면 울혈 위험성이 훨씬 줄어든다.
▲엄마 젖꼭지가 너무 작거나 커도 빨아먹기 힘들어하거나, 그래서 빨아먹지 않으려(먹고 싶어 하는데 빨리 보다 가만히 있거나, 울거나, 밀쳐낸다) 하기도 한다. 며칠 후(자라남에 따라) 극복하고 무난하게 먹는 아기도 있지만 젖병(인공젖꼭지)으로 집착해 버리는 아기도 있다. 무엇이 아기에게 좋은지를 생각해 선택한다. 이런 경우 아기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유축해 먹이는 것도 차선이란 생각이다.
모유를 직접 물리는 방법(직수)으로 먹일 때 ▲아기가 몇 번 빤 후 삼키는지 살핀다. 한번 빨고 한번 삼키거나 두 번 빨고 한번 삼키는 정도라면 모유만 먹여도 되겠다. 그런데 여러 번 빤 후 한번 삼킨다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적게 나와서 여러 번 빨아야 삼킬 수 있는 양이 되기 때문이니. 분유로 보충해야 한다.
▲스스로 엄마 젖꼭지를 빼거나, 입술이나 입가에 젖이 묻어있다면 젖이 충분한 가능성이 많다.
▲설소대가 있는 아기들은 젖 빠는 것을 힘들어한다. 먹다가 빼기도 한다. 빨아먹을 때 쩝쩝 소리도 난다. 아기들은 엄마젖꼭지와 인공젖꼭지를 다른 방법으로 빨아먹는다. 인공젖꼭지는 젖꼭지 그 자체를 눌러 빨아먹지만 엄마젖꼭지는 혀로 젖꼭지를 올린 후 유륜을 누르는 식으로 빨아먹는다. 설소대는 혀 아래 힘줄이 혀 앞쪽으로 있는 것이다. 이 힘줄 때문에 혀를 움직이기 어려운 것. 그래서 젖을 빨기 힘들어하거나 소리를 내면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소대면 마땅한 조치(수술)를 해야 한다.
▲1~2주 아기는 기저귀를 그냥 버리지 않는다. 아기가 얼마나 먹는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개 나오는지 체크한다. 전문가들마다 적정 기저귀 개수에 대해 달리 말하는데 ~15개 정도 나오면 무난했다. 이 시기 아기들은 먹은 지 40분~1시간 무렵 기저귀를 1차로 갈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2주~1달 무렵 분유의 경우 120ml씩 6~7회(하루 총량 720ml~840ml) 먹이면 된다. 표준 몸무게 아기 권장량이다. 크게 태어난 아기는 훨씬 많이 먹을 수 있다. 작게 태어났어도 많이 먹는 아기도 있다. 그런 만큼 아기가 더 먹고 싶은지 아니면 그만 먹고 싶어 하는지 원하는 것을 파악, 아기에게 맡기면 알아서 잘 조절한다.
▲처음부터 트림을 시원하게 하는 아기도 있지만 좀 자라야 트림을 시원하게 하는 아기도 있다. 먹인 후 등을 쓸어주거나 토닥토닥 등, 반드시 트림을 시킨다. 혹은 먹은 것을 내려준다. 10분 정도 안고 트림을 시켰는데도 하지 않으면 일단 눕힌다. 이때 등을 바닥에, 얼굴만 옆으로 해주면 역류한 것으로 기도를 막는 것은 어느 정도 방지된다.
▲모유는 트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분유는 반드시 해야 한다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둘 다 트림을 시키는 것이 맞다. 엄마 젖을 직접 빨아먹는 방법, 즉 직수로 먹는 아기들이 분유를 먹는 아기들보다 트림을 적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역류는 수유 1시간 반~2시간 무렵 많이 나타난다. 잘 자던 아기가 뒤척이거나, 울거나,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하거나, 입을 오물거리는 것은 트림이 필요하거나 역류 때문에 불편하고 힘들어서다. 안고 토닥토닥, 진정되면 눕힌다.
▲분유의 경우 같은 분유 같은 양을 먹어도 아기에 따라 체중 증가가 다르다. 적게 먹는 것 같아도 1주일 200~300g 늘고 아기가 무난하면 적량인 것이다. 모유도 마찬가지, 짧게 빨아 먹어도 체중이 제대로 는다면 적량이다. 반대로 엄마 젖을 충분히 빨지만 1주일 적정 몸무게가 늘지 않으면 분유로 보충, 몸무게에 신경쓴다.
▲잘 먹던 아기가 혹은 먹고 싶어 하면서 빨아보다가 울거나 먹기를 거부하면(혹은 빨아보다가 운다면) 아구창이 있는지 살핀다. 아구창은 젖먹이에게만 발생하는 입안 질환이다. (확인 방법은, 엄지와 약지 등으로 양쪽 볼을 눌러 입이 벌어지게 한 후 혀에 묻어 있는 젖찌꺼기를 면봉으로 닦아 본다. 아구창이면 피가 묻어 나온다) 아구창이라면 병원 진료를 받는다. 1회 약물 치료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구창의 원인은 엄마 젖이나 인공젖꼭지다.
향이 강한 음식을 먹었을 경우 젖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이후에는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된다.
▲모유든 분유든 언제 얼마나 먹었는가를 기록하면 도움 되는데 자신만 볼 수 있는 스마트폰보다 육아를 도와주는 산후관리사나 남편도 언제든 보며 참고할 수 있도록 기록할 것을 권한다. 수유 시간은 먹기 시작한 시간을 기록하면 된다. 체온, 똥 유무 혹은 횟수, 모유 횟수, 하루 먹은 양, 육아 관련 특별한 기록(몸무게, 예방접종)도 하면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