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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Nov 03. 2020

다시 말하지만 운동은 싫습니다.

어떻게 뺄 것 인가

운동. 난제였다. 나만 그런 건지 원래 운동의 효과가 그런지 하루만 운동을 해도 몸에 라인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운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다. 하지만 정말 꿈쩍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귀찮음과 무기력함이 너무 컸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이 운동을 1도 안 한다는 것은 비웃음 살 일이었다. 식이 80%에 운동 20% 라니 20%라도 매달려서 살을 빼야 하는 시점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동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좋아하던 요가를 시도해봤지만 요가 동작을 예전처럼 따라 하기 어려웠고 그래서인지 힘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 달 반 정도 다니던 요가를 그만두었다. 요가는 날씬이가 된 후에 꾸준히 할 운동으로 찜 콩해두었다. 그 후 30분 순환운동인 '커브스'를 등록해보았다. 딱 30분만 괴로우면 된다는 점이 나를 유혹했다. '커브스'의 시스템이 나쁘진 않았다. 코치님이 계속 자세를 수정해주셔서 마치 PT 받는 느낌이 들었고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적절히 섞어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양한 이벤트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도 '커브스'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내가 체중감량을 위해선 30분으로 부족했다. 코치님은 1시간 이상 투자할 것을 권유하셨고 운동할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커브스'와 점점 멀어져 갔다. 


이미 헬스장에 기부는 100만 원가량 한 상태..  가지도 않을 헬스장을 다시 끊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매일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것이 더 즐거울 것 같았다. 어머니와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커피도 한 잔 하고. 퇴근 후 일과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운동일 것 같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내 계획과는 달리 살이 빠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면 이유는 명확했다. 기초체력에 비해 운동 강도가 약했고, 평소보다 먹는 양은 줄었지만 살이 빠지기에는 많이 먹고 있었다. 

그때도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싫어하는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근육에 오는 자극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중 제일 싫은 건 스쿼트였다.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가 났다. 그때 어머니가 권유하셨다. "남은 2020년 딱 3개월만 PT를 받아보는 건 어떨까?" 어머니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우울증으로 변해버린 딸을 늘 안쓰러워했던 어머니는 내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계셨다. 마음이 움직였다. 정말 딱 3개월만 버티고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혼자서는 절대 안 할 나라는 걸 알기에 헬스장의 문을 두드렸고, PT를 시작하기로 했다. 


내 몸은 움직이지 않고 침대 위를 구르는 상황에 익숙하게 변해있었다. 러닝머신 위에서 시간은 느리게만 갔고, 선생님이 스쿼트나 런지를 시킬까 봐 늘 초조해했다. 하지만 3개월만 운동해보기로 다짐한 이상 어영부영할 수는 없었다. 3개월만 운동과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그 래 도 


다시 말하지만 운동은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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