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에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11월이 시작되고 겨울이 오는 걸 알리는 바람이 느껴져. 길었던 2020년의 마무리가 눈앞에 있는데 요즘 우리는 맞지 않는 시계태엽처럼 삐그덕거리고 있어. 선생님과 너희가 1년 간 만들어 온 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
학기 말이 다가오고 학생들과의 관계가 힘들어질 때 선생님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해.
"방학이 오나 봐요."
어쩌면 진짜 방학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일 수도 있어. 너희는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반복하며 정신없이 바뀌는 생활 패턴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거야. 선생님도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기가 쉽지는 않았어. 그래도 선생님이 힘을 낼 수 있는 건 내 교실에 있는 예쁜 너희들을 생각할 때였어. 요즘 선생님 표정을 보면 전혀 믿기지 않을 수 도 있겠지만 사실이야.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학생들 덕분에 힘을 내기도 해.
너희는 내 삶의 중심이었어.
이 학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선생님은 너희를 위해 일하고 있고, 너희를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 그리고 너희와 보낸 1년의 추억은 선생님의 인생에 꽤 깊게 흔적을 남겨. 그래서 더욱 너희와 웃는 얼굴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해.
선생님은 요즘 우리 반 분위기의 문제를 선생님에게서 찾아볼게. 너희는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 반 분위기를 생각해봐 줬으면 좋겠어.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안 았는지, 너희의 기분에 따라 선생님에게 예의 없이 행동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해.
사랑하는 2학년 식품 3반 아이들아. 너희를 만난 첫날 했던 말을 잊지 않아. 내 품으로 들어온 걸 환영해. 그리고 이 학기가 끝날 때까지 선생님 품에서 행복했다고 느낄 수 있게 노력할게. 선생님의 노력이 헛 되지 않도록 너희도 잘 따라와 주길 바라.
선생님 마음이 잘 전달됐길 바라면서 오늘의 글을 마칠게. 수고했어 아이들아. 내일 보자. 안녕.
2020년 11월 3일 마음이 추운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