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요예술회 Mar 19. 2021

APMA, CHAPTER THREE

3월 둘째 주 수요예술회

전시회 : <APMA, CHAPTER THREE>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장소 : APMA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간 : 2021. 2.23 ~ 8. 22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2021년 첫 전시,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에 다녀왔다. 쾌적한 미술관과 디테일에 올 때마다 감동하게 되는 미술관이다. 아름다운 공간이 주는 큰 힘, 뷰티회사의 미학이 공간으로 표현된 것 같아 더욱 멋지다. 이번 전시회 기획대로 작품 하나하나 집중하여 볼 수 있는 전시였다.

2019년 2월의 전시 <APMA, CHAPTER ONE>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하였고 1960년대부터 2020년까지의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7개의 전시실에 걸쳐 회화, 설치, 사진, 미디어,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며, 각 작품의 특성을 극대화하여 심도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였다.
제니퍼 바틀렛 <보라색 통로>
작가가 직접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제작하였던 <단어 페인팅> 시리즈 중 하나로 연결되는 여러 개의 패널에 가상의 '보라색 통로'에 대한 짧은 이야기와 형태를 묘사한 드로잉 작품이다.

'병원에서 처음 보았던 보라색 통로를 내 방에서도 보았다. 그 보라색 통로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작품은 각각의 패널을 연결하여 큰 캔버스를 구성하였다. 책의 각 페이지를 연결하여 큰 그림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경계를 허물어 믹스와 해체를 보여주는 현대미술. 현대미술 전시를 볼 때는 '뭐지? 별 거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작품을 다시 보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문제에 대한 접근법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사고력 문제를 푸는 느낌이랄까? 지금도 다 쓴 글을 버튼 하나 잘 못 눌러 날려버렸는데, 다시 쓰며 들여다보니 새로운 글이 나오는 신기한 경험 중이다.

컬티 페리스 <흐르는 강>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리는 임파스토 기법과 물감을 닦아내는 와이프아웃 기법을 통시에 사용하여 화폭의 깊이감을 더하였다.
빌리 차일디쉬 <눈 덮인 언덕 위로 썰매를 끌어올리다>
차일디쉬는 영국 화가이자, 소설가, 시인, 음악가이다. 특유의 물결치는 듯한 붓질로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의 전통적 구상 회화에 개인적 경험을 담아낸다.
스티븐 해링턴 <우리 주위에서>

작품의 다양한 모티프는 캘리포니아의 다채로운 환경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역시 날씨가 주는 이 맑고 밝고 경쾌한 느낌. 집에 걸어두면 '우리 집은 항상 맑음' 이모티콘이 뜰 것만 같다.

마이클 베빌라쿠아 <흥망성쇠>
스털링 루비 <창문, 솜사탕>
콜라주 작업을 '부정한 결합'이라 칭하며 상반되는 형태와 개념들을 캔버스 위에 충돌시킨다. 재료와 기법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실험의 연장이자, 그가 현시대를 생각했을 때 떠올려지는 창문의 모습니다.

아름다운 색감과 거대한 스케일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두껍게 칠해진 물감, 골판지, 발자국, 천 조각, 작업실 폐기물 등으로 러프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이기도 해서 궁금했는데 실제 작품을 마주하니 겉과 속 혹은 보이는 것과 그 안의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아드리안 게니 <빈민가>
래리 피트먼 <덧대어진 자수 견본(#2) 서구 지배권 말기의 일상생활 묘사

공예와 회화를 한 공간에 두니 묘한 느낌이 든다.

이불 <사이보그W7>
이불 <크러쉬>
작가는 인체의 형상화를 통해 완벽성에 대한 인간의 오랜 욕망과 한계를 탐구해왔다. 크리스털과 유리구슬로 장식되어 극도로 화려하게 발산되는 에너지에서 조건과 운명을 저항하려는 힘이 전해지지만 신체의 일부가 없는 듯 모순적인 형상은 아름다움과 불안함의 불가분의 관계를 암시한다.


그림자로 극대화되는 작품의 표현.

최우람 <울티마 머드폭스>
작가는 고고학적이며 과학적인 가상 이론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계한 키네틱 조각 '기계생명체'를 제작한다. 각 작품마다 학명과 탄생 비화를 부여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출하여 마치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작품은 그가 처음으로 제작한 기계생명체로, 도심 지하에 살며 지상에 떠도는 정보들을 조합하여 복제하고 진화해나가는 미지의 존재다.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만난 SF (Science Fiction) Art인가? SF영화처럼 하나의 장르로 다가온다.  작품의 움직임과 소리, 학명과 탄생의 스토리까지 있으니 이게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헷갈리기까지 새로운 경험이었다.


조셉 코수스
조셉 코수스 <다섯 개의 색, 다섯 개의 형용사>
작가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개념적으로 예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접근을 사용한다. 제목 그대로 '형용사'라는 단어를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언어, 다섯 가지의 색깔로 나타냈다. 작가는 언어와 언어를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작품의 미적 형태가 아닌 의미와 개념에 집중하였다.
데보라 카스 <우리는 영원히 어릴 것이다>
작가는 최근 연작에서 색깔의 종류를 제한하고 대중문화에 나타나는 단어나 구절을 삽입하였는데, 이 작품은 케이티 페리의 노래 <Teenage Dream>의 가사를 인용하였다.
장영혜중공업 <유토피아로 여행하기:간략한 기술의 역사>
넷 아티스트 그룹 장영혜중공업은 텍스트 기반의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사회 정치적 쟁점을 지적한다. 작가들이 직접 작곡한 비트 있는 사운드에 맞추어 글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타자기, 팩스, 컴퓨터, 이메일, 몸에 이식된 감시 칩에 이르기까지 개인이 일생 동안 겪는 사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다룬다.
게리 흄 <두 번째 파라다이스 페인팅>
로셸 파인스타인 <러브 바이브>
닉 마우스 <어떤 이들이 짓는 입모양>
조셉 코수스 <하나이이면서 세 개인 스툴>
작가는 언어를 예술의 도구로 사용하여 미술 작품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개념미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한 사물의 개념이 어떻게 구성되고 소통되는 가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세 가지 다른 형태, 즉 실물, 사진, 문자를 통해 '스툴'이 하나의 개념으로 제시된다.

개념미술이라니 참 재미있다. 실체와 사진, 의미로 표현되는 작품. 예술이 별건가 싶다.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나만의 스타일대로 개념을 정리하여 보여주는 것 그것이 현대의 예술인 것 같다.

조셉 코수스 <'유제(개념으로서 예술이라는 개념)' [아무것도]>
그레고르 힐데브란트 <모자이크-넬리>
6,496개의 카세트테이프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테이프 커버에 인쇄된 이미지는 영화 <넬리>의 한 장면으로 비극적인 주인공 넬리 역을 맡은 소피 마르소가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강형구 <남자>

에어브러시로 유화물감을 캔버스에 뿌린 뒤 이쑤시개, 못과 같은 도구로 긁어내어 세밀한 묘사를 한 초상화 작품.

아담 펜들턴 <나의 구성요소들>
글과 이미지를 결합하여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팬들턴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콜라주 작업을 투명한 필름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옮겼다. 역사적 사진,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책의 한 페이지, 아프리카 조각과 마스크 이미지 위에 작가가 직접 쓰거나 그린 글귀와 기하학적인 도형들을 겹쳐 배치하여 추상과 언어, 정체성을 표현하였다.


BK 한줄평

사고력 문제를 푸는 듯한 현대미술 전시,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스마트한 경험.

작가의 이전글 앤디 워홀 전시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