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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영 Jun 27. 2020

자살하러 가는 길

사건 이야기


A 아줌마.

이제 정말 이승은 오늘이 마지막.

차를 몰고 번개탄을 사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접촉사고가 났다.

정신은 먼저 저승으로 출발하고,

남은 육신만 털레털레 운전하다 콰쾅.

112를 누른다. 여기요, 교통사고가 났어요.

전방주시태만은 아줌마의 과실. 그것도 신호위반.


경찰서에서 말한다. 

자살하러 번개탄을 사러 갔다 오는 길이었어요. 

선처 부탁드립니다.



B 아저씨.

이제 진짜 이승은 오늘이 마지막.

차 안에서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눈을 감았는데

불이 잘 안 붙는다. 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불씨를 살리고,

깜빡 눈을 붙이는데

어라, 뜨겁다.

훨훨 연기가 나는 대신, 펄펄 불이 나버렸다.

아저씨는 죽으려고 했지, 뜨거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으므로

소화기로 진화를 해보지만, 이거 지체되면 옆 차에 옮겨 붙을 상황.

119를 누른다. 여기요 불이 났어요.

다행히 아저씨 차만 전소되고 주차된 옆 차량은 피해 없음. 다행.


경찰서에서 말한다.

자살하러 번개탄을 피우던 중이었어요.

선처 부탁드립니다.



가끔 보이는 사건

자살에 실패하고, 검찰에 송치되는 사람들.

이제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고(벌금을 벌어야 함),

이유야 뭐든 아직은 살아야 하는 사람들.


그런 생각이 든다.

조상님이 정신 차리라고 등짝 때리듯 쾅! 사고를 내고,

아직은 뜨겁게 살 수 있다고 정신이 번쩍 들게 불을 낸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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