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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수 Jun 19. 2020

타이베이를 걷다 : 융캉제와 스린 야시장

2018 대만 여행 #3

 중정기념당을 관광하면서 좋은 기운을 가져갔던 것 같다. 그러나 날씨는 다시 날 좌절하게 만들었다. 9월 말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더위였다. 필리핀의 그것보다도 더 더웠던 기억이 있다. 핸드폰을 꺼낸다. 음악을 들으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려고 한다! 노래는 여름에 제격인 조나스 브라더스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사실 중정기념당을 관광하면서 정했다. 나의 여행은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 물론 검색은 했지만 언제 어디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이 당시 나의 여행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강렬한 햇빛으로 만들어진 짙은 그림자. 9월 말의 대만은 정말 더웠다.



융캉제


 인터넷 검색을 하던 도중 주변에 융캉제라는 곳이 여행객들의 핫플레이스라는 것을 알았다. 지하철을 탈 수도 있었지만 걷는 쪽을 선택했다. 돈을 아낀다기보단 처음 방문한 나라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싶었다. 분위기가 혜화의 대학로 같았다. 그리고 구글맵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 주변에는 담강대학교와 대만 사범대가 있었다. 뭔가 젊은 친구들이 다니는 곳이라더니. 나는 캠퍼스 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이때 당시 대학로 주변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느낌을 쉽게 캐치해 낸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알았지만 융캉제에서 조금만 더 둘러보면 야시장이 있다고 한다. 진짜 대학생들을 위한 야시장이랄까. 다음에는 꼭 가볼 것이다. 이곳 역시 한국인 여행자들이 정말 많았다. 이곳에서 선물을 사고 싸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 주목적인 것 같다. 물론 나도 검색에 이끌려 왔지만. 가던 도중 길에서 엄청난 인파를 경험했다. 약간 허름한 건물에 보이는 한국 여행자들. 심지어 직원 중에는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혹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딤섬 가게로 인정받는 딘타이펑의 본점이었다.


 그중에서도 ‘소룡포(샤오롱바오)’가 정말 유명한 딘타이펑이다. 대만 여행 음식 컨텐츠에 연어초밥과 키키 레스토랑과 함께 가장 상위권의 위치한 딘타이펑의 인파를 경험한 나는 방문을 포기했다. 도저히 이 더위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굉장히 답답했다. 포기다. 결국은 하노이에서 본점은 아니지만 딘타이펑을 가긴 했다. 아 딘타이펑은 분점이 타이베이 101 빌딩에 있다. 시원하게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여길로 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당황했던 딘타이펑 본점

  그리고 융캉제라고 불리는 골목에 들어섰다. 한국인들은 거의 코스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누가 크래커 혹은 펑리수라는 대만식 디저트를 구매하고 여러 가지 편집샵에서 아기자기한 용품들을 구경한 뒤 마사지를 받고 여러 맛집 (스무디, 우육면, 샤오롱바오 등등)에 들러서 식사를 하는 코스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나도 다를 바 없다. 여기는 그러기 위해서 만든 골목인듯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은 곳들은 피했다.


 주변에 맛있어 보이는 과일주스 가게에 들어갔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메뉴판에는 한글이 자리하고 있었다. 용과 주스를 선택했다. 과일주스를 먹을 때에도 버블티를 먹을 때에도 항상 옵션을 손님에게 주곤 한다. 얼음의 종류 당도의 정도 그리고 따듯함과 차가움. 나는 단 게 싫어서 당도 0퍼센트를 골랐다. 순수한 과일 그 맛을 즐기다 보니 더위가 점점 가셨다.


용과주스가 정말 맛있었다.

 

 특이하게도 플라스틱 병에다가 담아주는데 먹고 남은 병은 가져가서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쓰레기가 생기는 바에 개인용 물통으로 사용하라는 것 같다. 좋은 아이디어고 투명한 병에 담긴 음료도 참 이뻤다. 골목들도 인테리어적으로 소소하고 이쁜 요즘 말로 힙한 건물들이 많아서 기분 좋게 돌아다녔던 것 같다. 어딜 가나 한국인과 한글 간판이 존재한다. 어떤 분이 리틀 서울이라고 하시던데 반은 맞는 말이라고 공감했다.



 나도 빈손으로 가기는 그러니 누가 크래커와 펑리수를 사 갔다. 시식을 해보니 왜 많이들 사가는지 알 것 같았다. 특히 누가 크래거는 그렇게 달지도 않으면서 중독성이 있다. 괜히 다들 사가는 게 아니구나 하면서 나도 계산 줄에 동참한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서 2층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어떤 스타벅스를 가든 사람이 많다. 커피 한잔을 하면서 노트북을 꺼낸다.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오늘 나쁘지 않은데?’라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이제는 융캉제를 떠날 시간이다.


 스린 야시장

  

 이제는 스린 야시장으로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젠탄 역으로 가면 된다. 아마도 스린 역이 존재하지만 젠탄 역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한다. 옆자리에 외국인이 앉았다. 그는 나에게 갑자기 관광객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같았다. 그는 스린 역에서 가려고 했나 보다. 나는 같은 길이라 그에게 젠탄 역에서 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알려주었다. 그는 나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고 나 역시도 혼자였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여행의 큰 묘미는 이렇게 즉석에서 만나는 동행들이다.


 그는 독일에서 온 대학생이다.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가기 전에 세계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나를 백수라고 소개했다. 그가 나에게 ‘너는 부자겠네?’라고 물어본다.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나는 아니라고 답한다. 잠깐 쉬고 있는 평범한 20대라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내린 나는 그에게 사람 많은 곳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곳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목표는 역시 야시장일 것이다. 나도 그들을 따라서 내린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니 갑자기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난다. 취두부일 것이다. 우리는 빨리 지나치고 안으로 향했다.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두 명이 되었으니 여러 음식을 나눠먹기로 한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닭튀김인 지파이를 먼저 먹어보기로 한다. 사이즈가 남달랐다. 이거 하나를 먹으면 배가 부를 만큼 컸다. 장인 같아 보이는 아저씨가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매콤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참 좋았다. 아저씨에게 엄지를 보낸다. 아 이제는 지파이를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다지. 오늘 야식은 지파이로 정해야겠다. 주변을 계속 둘러보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골목이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본 뒤에 빠질 수 없는 애플망고를 한입 먹었다. 망고는 누가 만들었을까. 필리핀부터 말레이시아까지 망고를 정말 많이 먹어왔지만 질리지 않는다. 신의 과일이다.


 여행에 맥주가 빠질 수 있나. 뭔가 아쉬웠다. 그도 뭔가 아쉬웠나 보다. 거의 같은 마음을 품고 있던 우리는 맥주 한잔 하기로 한다. 나는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음식들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타이완비어라는 맥주에 눈길이 간다. 초밥을 주문하고서는 맥주를 한 캔 마셔본다. 여행 가서 느끼는 청량함은 일상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이제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인 ‘한국 꼭 가고 싶어’라는 말을 이때 처음 들었다. 도대체 언제 올 거니!


여행에 맥주는 진리!


 그렇게 우리는 타이베이에서의 밤을 보냈다. 친구가 하나 생겨서 기분이 참 좋다. 우리는 맥주를 한잔 더 한 뒤 헤어졌고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에게 덕담을 하면서 헤어졌다.

여행은 대화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내일이 기대가 된다.


2018 대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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