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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수 May 17. 2020

그래도 다시, 여기  [2019 필리핀]

약 1년 만에 다시 찾은 필리핀 여행기

정확히 1

 필리핀에서의 약 13개월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에서 살게 된지 1년이 지날 때 쯔음, 그 시간은 내가 필리핀을 가장 그리워할 때쯤이었다. 특히 나를 잘 따라주었던 아이들의 미소가 그리웠었던 것 같다. 알바를 하면서 주섬주섬 모았던 돈으로 필리핀 항공권을 예매하였고, 마닐라에 도착해서 내가 봉사했던 시부얀섬을 찍고 세부로 가는 일정을 구상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들을 빈손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 종이접기. 이 학교가 내가 선생님이었던 그 학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니던 교회 측에 한 시간 정도의 순서를 부탁했다. 나는 교회에 나가서 봉사지역에 다시 간다고 말했다. 교우분들에게 이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현지의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 이렇게 해서 약 백만 원 정도의 금액이 모금되었다. 지금도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출국날이 다가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행기 타는 게 정말 설레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필리핀에 다시 오다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필리핀은 여전했다. 1월의 필리핀은 생각보다 덥지 않다. 이민국 심사를 마쳤다. 마닐라에 있는 동안은 지인들을 보려고 ‘따가이따이’로 출발했다. 이 지역은 고지대인 덕분에 날씨가 좋아서 한인 교민들이 사업도 하시고 특히 유학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이 사시는 한인이 많은 지역인데, 여기서 지인들을 만나서 오랜만에 대화도 나누고 편안한 시간을 나눴다. 마닐라 여행을 오면 (사실 크게 볼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근교인 이쪽을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주변에는 온천관광을 많이 하러 오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여러분이 올해 초 들으셨을 ‘탈’ 화산 폭발을 기억하는가? 바로 그 화산이다. 나와 지인들은 화산을 구경하기로 했다. 1년 동안 살면서 관광지는 사실상 전무하게 구경했기 때문에 여행 분위기를 내려고 마음먹었다. 아 따가이따이 주변에는 ‘아마도’ 필리핀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다. 날씨가 개이는 날에는 화산이 보이는 최고의 뷰가 된다.


 잠깐 화산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그 불의 고리의 필리핀에서도 두 번째로 활발한 화산이다. (피나투보 화산을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한다.) 1911년에는 큰 폭발을 일으켜서 많은 인명피해를 낸 바 있다. 화산은 호수 가운데에 있고 화산 정상에는 백록담처럼 칼데라호가 자리 잡고 있다. 필리핀 내에서는 화산 주변에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다고 하나 역시 필리핀이라서 진짜 서민들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농사를 하면서 살고 있다.


호수와 화산, 그리고 필리핀 배 방카.


 여기를 올라가라면 맨몸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말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인데 우리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말을 타고 올라가는데.. 말의 상태가 정말.. 30분 뒤에 쓰러져도 모를 상태였다. 거기다가 같이 기사? 한분이 말을 앞에서 몰고 올라가는데 쪼리 하나 신고 덤불들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분들은 힘든지 중간에 말에 올라타서 같이 편하게 올라가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막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엄청난 자외선을 몸으로 받으며 거의 40분 정도 올라가는데 허리가 박살 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정상에 와서는..


내가 촬영한 것보다 아름답다. 진짜로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계란 튀긴 냄새가 나는데 이게 티브이에서만 보던 유황이다. 유황이 들끓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정상에는 아무런 길도 없고, 옆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통행로조차 없다. 떨어지면 죽는다. 그래도 안을 봐도 호수, 밖을 봐도 호수라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던 것 같다. 호수에는 생선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배도 많이 보였고.


 이렇게 화산 관광을 마쳤다. 물론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 말을 타고 오르는 것은 그 순간의 추억이지만, 정상까지 하루에 몇 번씩 오르는 기사님들을 보면서 관광으로 먹고사는 이 사람들을 보면서 하루빨리 필리핀 인프라가 크게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태워주었던 말과, 그 주인. 아프지 말고 컷으면 좋겠다.

 한편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하늘길이 거의 끊긴 가운데 이 사진을 돌아보면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상상하곤 한다. 사실 이번 편은 이거 말고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지만 마음 가는 대로 쓰고 말았다. 두서없는 글이긴 하지만 다음 여행기를 위한 빌드업이다. 다음 글에는 시부얀 섬으로 다시 떠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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