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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May 05. 2020

남자 헤어디자이너는 왜?

디자이너로서의 수명이 짧다고 하는 것일까?

여자의 성비가 절대적으로 높은 미용업계에서 남자디자이너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얼마 전 TV에서 남자 네일아티스트에 관한 취재 내용을 방영했다. 여자 고객에게 인기가 많아 몇 달분 예약이 완료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남자 네일아티스트의 인기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여성과 같은 섬세함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이었다. 네일미용의 특성상 마주 보고 앉아서 시술하는 만큼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남성 네일아티스트는 한 번도 여자 고객의 말에 공감하지 못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남자디자이너는 여자를 너무 모른다.

미용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90%가 여성이다. 이는 미용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교육계도 마찬가지이다. 대학교 미용 관련 학과를 보면 헤어아트 관련 전공 학생들은 그래도 남학생이 10~20%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메이크업, 네일미용, 피부미용을 전공하는 학생은 99.9%가 여학생이다. 필자는 매년 2~3회 정도 학회에 참석하게 된다. 학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90%를 차지한다. 세미나에 초청받은 남자 강사가 ‘남녀 성비가 이렇게 안 맞는 곳에서 강의하기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렇게 성비가 불균형적인 조직에 남자가 오랜 기간 종사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신체구조상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신체구조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구조도 다르게 형성이 된다고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John Gray Ph.D) 박사는 다음과 같이 남녀의 차이를 구분했다. ‘남자들은 어떻게든 해결책을 제시하려 들고 감정 따위는 무시하는 반면, 여자들은 쓸데없는 조언과 보살핌을 제공하려 한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남자디자이너가 여자 고객을 만났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여자 고객 : “제가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무거운 느낌이 들어요. 좀 가볍게 할 수 있을까요?”

남자디자이너 : “물론입니다. 제가 가볍게 커트해 드릴게요.”

여자 고객 : “그런데 길이는 줄이고 싶진 않아요. 기르는 중이거든요.”

남자디자이너 : “네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디자이너는 가위를 들고 커트하기 시작했다. 물론 길이는 줄이고 싶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질감 정도만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내가 보기에는 기술적으로 문제는 없어 보였다. 숱이 많아 덥수룩했던 머리는 가볍게 질감 처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자 고객은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유인즉 ‘왜 말도 없이 머리를 함부로 자르냐’는 것이었다. 분명 ‘숱이 많아 무거운 느낌이 드니 가볍게 해 달라’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러분은 혹시 여기서 잘못된 점을 찾았는가? 못 찾았다면 당신은 ‘남자의 뇌 구조’일 가능성이 크다.      


남자디자이너는 여자의 뇌 구조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 카운슬링 전문가 하시모토 마나부에 따르면 남자는 ‘해결하고 싶은 뇌’ 여자는 ‘공감받고 싶은 뇌’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남자의 뇌 구조’라고 한다면 ‘해결하고 싶은 뇌’인 것이다. 분명 여자 고객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제시했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잘 해결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자 고객은 만족하지 못했다. ‘여자의 뇌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뇌 구조’는 ‘공감받고 싶은 뇌’이다. 남자디자이너는 여자 고객의 불만을 처리해 주기 바빴지 그동안 불편했던 상황에 대한 공감은 하지 않았다. 상담할 때 더 충분히 했어야 했다. 다음과 같이 말했다면 어땠을까?     


여자 고객 : “제가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무거운 느낌이 들어요. 좀 가볍게 할 수 있을까요?”

남자디자이너 : “물론입니다. 제가 가볍게 커트해 드릴게요.”

여자 고객 : “그런데 길이는 줄이고 싶진 않아요. 기르는 중이거든요.”

남자디자이너 : “아~~ 그러시구나.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그럼 길이는 전체적으로 짧아지지 않게 하되, 가벼워 보일 수 있도록 층을 살짝 주면서 숱을 제거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자 고객 :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남자디자이너: “물론입니다. 진작 말씀하셨으면 그동안 불편하지 않으셨을 텐데... 제가 예쁘게 커트하고 손질해 드릴게요.”

여자 고객 : “네 예쁘게 해 주세요.”     


한층 대화가 부드러워지기도 했다. 일단은 여자 고객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승인을 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처음의 대화에서는 남자디자이너의 공감도 물론 없었고 여자 고객의 ‘해도 된다’라는 승인이 없었다. 남자는 누군가 불만을 얘기했을 때 그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해결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남자디자이너가 여자 고객을 오랫동안 단골로 만들기 힘든 이유다. 필자가 3절에서 언급한 남자디자이너 H가 있었다.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주부고객, 남자고객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했다. 주부인 여자 고객들에게는 무한 ‘끄덕임’을 남자고객에게는 ‘조언’을 하면서 서로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영국 비달사순


뇌는 양날의 검과 같다모든 여자가 다 여자의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자디자이너도 일할 때 종종 ‘남자의 뇌 구조’를 가지기도 한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가 일할 때 발동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을 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위에서 ‘여자의 뇌 구조’가 ‘공감받고 싶은 뇌’라고 하였다. 그러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라고 할지라도 ‘문제 해결형’이 분명히 있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여성 경제인이나 정치인 등을 보아라! 남성보다 더 남성 다운 카리스마를 가진 커리어우먼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기도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라고 단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공감받고 싶은 뇌’와 ‘해결하고 싶은 뇌’를 둘 다 가지고 있다. 즉 상황에 따라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여자는 모두 ‘공감받고 싶은 뇌’만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자는 ‘해결하고 싶은 뇌’가 ‘공감받고 싶은 뇌’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즉, 고객의 직업이나 유형 등을 잘 파악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필자가 다녔던 회사의 여자 부장님 사례를 들어보겠다. 우리 회사는 카리스마 있는 여자 부서장이 꽤 있다. 물론 능력이 출중하다. 이 중 재무부 부서장인 A 부장은 미혼의 유능한 여성이다. 명석한 두뇌와 카리스마를 가지고 뛰어난 판단력으로 회사의 재무를 담당한다. 회사의 모든 지출은 A 부장의 결재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는 재무부에서 부서장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할지 상상이 가는가? 순간의 실수가 회사의 재정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당연히 A 부장의 뇌는 ‘문제 해결 형’으로 발동할 수밖에 없다. ‘공감받고 싶은 뇌’는 한쪽 구석에 꼭꼭 숨겨 두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는 냉혈인으로 통하고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연히 퇴근 후 A 부장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의 맞은편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A 부장의 마음을 듣게 되는 시간이었다. “박 과장은 어때요? 회사생활이 재밌나요?”라고 물었다. A 부장은 회사에서는 ‘업무상 단호할 수밖에 없다.’라며 자신도 그런 것이 힘들 때가 있다고 하였다. “네. 부장님. 회사생활이 항상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료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부장님처럼 유능하신 분이 있어서 우리 회사가 또 잘 돌아가지 않습니까?” 나는 솔직히 있는 사실을 얘기한 것이지만, 별생각을 하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A 부장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라며 “직원들이 나를 많이 싫어하죠?”라고 하였다.   

   

내가 이 상황에서 무어라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때의 A 부장은 한쪽 구석에 있던 ‘공감받고 싶은 뇌’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 항상 외로웠을 것’과 ‘자신도 이유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공감. 이러한 경우는 여자에게서 일어나는 현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로 공감받고 싶을 때가 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의 말 한마디가 그렇다. ‘오늘도 고생했어’라는 그 말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린 남자의 피로를 녹이는 말일 것이다. 당신이 경우에 따라 상대방의 상황에 맞는 리액션을 잘할 줄 안다면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나는 오늘도 반성한다. 남편에게 공감해주지 못한 것에 대하여...     

  


<세 가지 실천 팁>

첫째, 남자디자이너인 당신이 미용업에서 롱런long-run하고 싶다면 여자의 심리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남자와 여자의 뇌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양날의 검과 같은 ‘해결하고 싶은 뇌’ ‘공감받고 싶은 뇌’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상황에 맞게 반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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