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떡진 머리
늘어나고 군데군데 토사물이 묻은 티셔츠
푸석한 피부
쾡한 눈
다크가 살고 있는 눈밑
이게 지금 나의 모습이다.
나는,
패셔니스타는 아니었지만
인터넷 쇼핑과 백화점 쇼핑을 트렌디한 옷을 구매하고
가까운 거리를 가도
항상 메이크업을 했으며
일 년에 4번 이상 미용실을 갔고
핸드백은 미친 듯이 샀던
그런 평범한 여자였다.
근데 지금 그 여자는 여기에 없다.
나는 그저 한 아이의 엄마로
아니..
흔히들 말하는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이 나오면
발표되는 시간에 맞춰 꼭 들으면서 하루도 안되어 가사를 흥얼 거렸고,
재밌다는 드라마를 닥본사 하여
손뼉을 치며 공감했고
10년 동안 보아오던
무한도전을 매주 챙겨보며
박장대소 하던
그 시간이 지금은 없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며,
영화는 더더욱 볼 수 없고
드라마와 예능은 다시 보기로 일주일 내내 봐야 한다.
나를 위해 쓰던 시간이
이젠
내 아이를 위해 쓰고 있다.
아이가 입으면 이쁠 것 같은 옷을 사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들려주고
아이가 행복해할 장난감을 폭풍 검색한다.
뭔가 억울하고 서운할 만도 한데
이게 또 다른 행복이더라.
내가 사준 옷이 잘 어울릴 때 기쁘고
골라준 음악을 좋아할 때 기쁘다.
엄마가 항상 우리 꺼 사느라 본인 꺼 못 사는 모습에
나는 나중에 안 저래야지... 했는데
그건 지지리 궁상이 아니었고
그저 또 다른 행복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잠을 못 자 짜증이 나지만
나를 보며 까르르 웃고
시원하게 응가를 해놓은 모습 또한
정말 사랑스럽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엄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