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부부싸움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도 그런데,
출산 후 우울증이 올랑 말랑 할 시기에 산모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갈 수 있을까?
특히 나같이 욱하는 성질을 가진 사람은 더더욱 조심해야 할 문제다.
오늘은,
남편인지 큰아들인지 모르겠는..
같이 사는 남자에 대해 써볼까 한다.
육아는 같이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부모님들도 말씀하셨고, 선배들 또한 같은 말을 해줬다.
하지만 막상 닥치면 육아는 여자 혼자 하게 된다.
그게 참 미스터리 하다.
모든 여자들이 그러고 있다.
그냥 남편은 없다고 생각하란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남자들은 왜 항상 생각이 짧을까?
한번만 더 생각하면 될 일을... 거기까지 항상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우리 집 남자도 그렇다.
나도 엄마가 처음인데
나는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벽에 아이가 울면 왜 그 소리는 항상 나만 듣는 거지?
남편은 집에 애가 없는 사람처럼 잘도 잔다.
새벽마다 나 혼자 일어나면
발로 남편을 걷어 차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
평일에 남편은 일을 가야 하니
이건 이해해 주자.
그럼 주말엔?
주말엔 같이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애가 응가를 해도,
모유를 먹다 역류해도,
잠투정을 해도
모든 건 엄마 몫이다.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어김없이 깨운다.
그래, 남편 너도 모르니까 그러겠지...
이것도 이해해 주자.
제일 화가 나는 건
나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 때문이다.
말 한마디만 잘해줘도 힘든 것들이 싹 녹아내릴 텐데...
그걸 안 한다.
원래가 다정다감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많은 기대하지 않고 결혼했지만
출산 후는 다른 문제 아닌가...?
힘들게 애를 낳았는데
겉으론 멀쩡하니 속도 멀쩡한 줄 안다.
모든 것이 정상화가 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리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키면 한다.
그래도 지금은 처음보다는 조금씩 도와주고는 있다.
하지만 나는 출산 직후부터 지금까지
서운한 게 쌓여서 마음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나도 친구 만나서 밥 한 끼 하고 싶고,
차도 마시고 싶고,
서점도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매일매일 집에서 애만 보고 있으니
우울증 초기 진단이 나왔다.
그나마 그걸 극복하려고 나름 노력 중이기 한데,
나 스스로 노력하기보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최고의 치료가 되지 않을까?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좋은 아내가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 두 개를 다 하기가 너무 벅차다.
우울과 짜증이 뒤섞여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해봤다.
아이는 내 안에서 10달 동안 있다가 나왔다.
엄마하고만 연결되어 있다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에게 있어서 더 예민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아빠는?
옆에서 지켜만 보았다.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방법도 모르는 것이다.
좋은 남편이 되려면
방법을 모른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게 아니라
그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아내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쪽잠이라도 잘 수 있도록 아이를 봐주고,
집 앞이라도 잠깐 같이 나가 산책을 해주기만 해도
아내들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꼭 위로의 한마디.
"오늘도 애 보느라 고생했어!"
이 한마디라도 해준다면 아내들은 너무너무 행복할 것이다.
서로서로 조금만 노력하면
헬 육아가 아닌
헤븐 육아를 맛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