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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즤즤베베 Aug 17. 2017

그래, 나도 엄마다 - 10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떡진 머리

늘어나고 군데군데 토사물이 묻은 티셔츠

푸석한 피부

쾡한 눈

다크가 살고 있는 눈밑


이게 지금 나의 모습이다. 


나는,

패셔니스타는 아니었지만

인터넷 쇼핑과 백화점 쇼핑을 트렌디한 옷을 구매하고

가까운 거리를 가도

항상 메이크업을 했으며

일 년에 4번 이상 미용실을 갔고

핸드백은 미친 듯이 샀던 

그런 평범한 여자였다. 


근데 지금 그 여자는 여기에 없다. 

나는 그저 한 아이의 엄마로

아니..

흔히들 말하는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이 나오면

발표되는 시간에 맞춰 꼭 들으면서 하루도 안되어 가사를 흥얼 거렸고,

재밌다는 드라마를 닥본사 하여

손뼉을 치며 공감했고

10년 동안 보아오던

무한도전을 매주 챙겨보며

박장대소 하던 

그 시간이 지금은 없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며,

영화는 더더욱 볼 수 없고

드라마와 예능은 다시 보기로 일주일 내내 봐야 한다.


나를 위해 쓰던 시간이

이젠 

내 아이를 위해 쓰고 있다.


아이가 입으면 이쁠 것 같은 옷을 사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들려주고

아이가 행복해할 장난감을 폭풍 검색한다. 


뭔가 억울하고 서운할 만도 한데

이게 또 다른 행복이더라. 


내가 사준 옷이 잘 어울릴 때 기쁘고

골라준 음악을 좋아할 때 기쁘다.


엄마가 항상 우리 꺼 사느라 본인 꺼 못 사는 모습에

나는 나중에 안 저래야지... 했는데

그건 지지리 궁상이 아니었고

그저 또 다른 행복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잠을 못 자 짜증이 나지만

나를 보며 까르르 웃고

시원하게 응가를 해놓은 모습 또한

정말 사랑스럽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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