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쁘고 슬기롭게 May 22. 2021

때를 안다는 것

손절 타이밍

아닌 것을 알면서도 쥐고 있는 것만큼 미련한 게 없다. 누가 보아도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알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꼭 붙들고 있는 경우이다.


우리는 무언가와의 연을 끊는 것을 '손절한다'라고 한다. 네이버 오픈사전에 나와있는 ‘손절’은 노력해도 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일 경우 노력을 포기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로 표기되어있다.


주식에서도 손절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며 그 주식을 파는 행위를 뜻한다. 손절을 제때 하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그 타이밍을 제대로 파악하여 매도를 해야 큰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타이밍을 안다고 하더라도 결심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었다면 주식으로 많은 돈을 잃은 사람들이 왜 나오겠는가. 이미 잃은 돈이 아까워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오르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미련하게 붙잡고 있다가 더 큰 손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주식뿐만이 아니다. 일도, 사람도, 사랑에 있어서도 그 ‘때’를 알고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신호’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며, 굳건했던 관계에 혹은 믿음에 금이 갈 때가 있다. 그때가 바로 '손절 타이밍'일 수 있다. 알면서도 더 앞으로 나아갔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그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결단하고 떨쳐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각자가 모두 다른 타이밍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나만의 타이밍이 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남들이 보기엔 조금 느려 보일 수도 있다. 보통 사람의 인생에는 다 정해진 타이밍이라는 게 있고, 너만의 페이스 그대로 가다간 그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허나 나는 이제까지 지나온 나의 모든 순간들과 타이밍들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조금 더 빨리 가겠다고, 손해보지 않겠다고 서둘렀다면, 아름다웠던 나의 모든 추억들을 과연 가지게 될 수 있었을까? 그런 경험들을 기반으로 깨닫고 배우며 성숙해질 수 있었을까? 그 순간순간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설령 연애에서의 손절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과 아름다운 추억을 얻었다. 설령 친구 사이에서 혹은 인간관계에서 손절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누구인가 알 수 있게 되었다. 설령 답이 없는 회사를 생각보다 오래 다녔다고 하더라고, 그 안에서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단단해질 수 있게 되었다. 설령 주식의 손절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인생을 배웠다.


타이밍을 단번에 눈치채고 서둘러서 연을 끊었다고 했더라도 '시도라도 해볼걸'이라며 미련이 남을  있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라면    있는 것들을  해보고 미련 없이 끝내는 것을 택하겠다. 그러니  이상 ‘조금만  빨리 할걸이라며 지나간 것들을 후회하고 곱씹지 말자고.  시간에 지금  인생에 있는 타이밍을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다. 앞으로  나아가며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있도록.


모두가 너무 앞서지도 않은, 너무 늦지도 않은 본인의 타이밍을 찾을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친해질래야친해질 수 없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