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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Dec 04. 2023

교통카드가 없어졌어요.

현장학습에서 돌아오는 길 

기현이 얼굴빛이 좋질 않습니다. 

"선생님 교통카드가 안보여요."

분명히 아까 올때까지도 카드를 찍고 내렸는데요. 이상하게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현이는 핸드폰을 꺼내들었습니다. 

평소에 함께 다니면서 길찾기를 너무나 잘하는 친구와 후배가 칭찬 받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오늘은 기필코 자신이 길찾기를 해내리라는 굳은 다짐이라도 한듯이 기현이는 씩씩하게 

지도를 검색했습니다. 그러더니 앞서가면 자기만 따라오라고 하네요. 

아직은 서툴러서 이것저것 알려주긴 했지만 어찌됐든 스스로 알아서 하려는 모습이 너무 대견합니다. 엄지척을 몇번이나 날려주었는데요. 그때였나봅니다. 얼른 핸드폰을 꺼내서 길찾기를 하려는 생각때문에 카드를 놓친 모양이에요. 

기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가방 주머니를 뒤지고 뒤지고 또 뒤졌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여러번 넣어봤지만 이미 달아나 버린 교통카드가 다시 돌아올리 없었지요. 

하나에 신경을 쓰면 다른 하나를 놓치기 일쑤입니다. 

현장학습을 갈때마다 하나씩 놓치는게 생기지요. 

지난번에는 현아가 다이소에서 셀프계산 연습 하다가 핸드폰을 두고왔구요. 찬혁이는 아트박스앞에 앉아 기다리다 지갑을 두고와서 고객센터에서 겨우 찾았지요. 이번엔 기현이 교통카드가 사라졌네요. 뭔가 하나씩 사라질때마다 신경이 곤두섭니다. 특히 교통카드는 장애인 복지카드여서 다시 재발급을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까요. 내가 더 잘 챙기지 못해 번거로울 걸 생각하니 마음이 쓰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없는 교통카드를 어쩔수는 없었습니다. 

"괜찮아. 기현아. 실수할 수 있어. 집에가서 다시한번 찾아봐. 그나저나 차비가 없으니 어쩐다. 기현아. 선생님이 천원 빌려줄께. 일단 집에는 가야하니까."

기현이는 내가 돈을 빌려준다는 말에 안심했습니다. 이내 표정이 좋아졌지요. 버스카드가 없어서 집에 못갈까봐 걱정했던 모양입니다. 조금있으니 마을 버스가 왔고 기현이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혼자서 등하교나 이동을 연습하였기에 기현이와 친구들만 버스에 탔습니다. 나는 근처에서 머물며 아이들이 잘 도착했는지 체크를 하기로 했지요.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보내고 기현이 어머니께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기현이가 버스카드를 잃어버렸지 뭐에요. 제가 관리를 더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집에 가면 한번 더 찾아봐 주세요."

오늘은 기현이가 길찾기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걸 칭찬해주고 싶었는데 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었네요. 학교에서 연락오면 안 좋은 피드백이 많았던 우리 아이들입니다. 되도록이면 좋은 이야기, 칭찬할 꺼리들을 전하고 싶었는데요. 안좋은 소식이라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왜 죄송하세요. 괜찮아요. 그러면서 물건 관리하는거 배우는 거지요."

어머니는 너무나 차분하고 따뜻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기현이가 그렇게 순하고 차분하고 따뜻한 말을 잘하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기현이에게 큰 소리로 화 한번 낸적없다는 기현이의 말처럼 어머니는 너무나 차분했습니다. 나같으면 아이에게 온갖 역정을 다냈을 텐데 말이죠. 

"어머니는 그렇게 아이가 실수하는데 화한번 안내시고. 진짜 대단하세요. 저도 꼭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현이 오늘 길찾기 정말 잘했거든요. 카드 잃어버린 것과 상관없이 칭찬 많이 해 주세요. 오늘 너무나 칭찬받아 마땅한 날인데 이렇게 되서 속상하네요."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번거로울 것도 생각하지 않고 괜찮다고만 하셨습니다. 


 집에가서 찾아보았지만 기현이의 카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실수를 하며 배우는 거라고 변함없이 나를 지지해 주었지요. 기현이가 실수했을때마다 내가 어머니께 들려드리던 그 멘트가 똑같이 나에게 되돌아왔습니다. 

"선생님 이거 받으세요."

다음날 기현이는 나에게 불쑥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선생님께. 선샌임 차비하라고 천원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비가 없었으면 집에 못올뻔 했습니다. 교통카드 잃어버려서 속상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잘 가지고 다니겠습니다."

기현이가 삐뚤빼뚤 쓴 편지와 천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 기현이가 실수할때마다 

"괜찮아. 기현아. 다 실수해. 기죽지 마."

라고 말해줬던 나의 가르침이 어머니와 기현이에게 영향을 주었구나 싶었지요. 

실수하면서 자라는 아이들. 그중에서도 유독 실수가 많은 우리 아이들이기에 

실수 한번에 의기소침하고 눈치를 정말 많이 봅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해. 하지만 그러면서 배우는게 생기는 거지.'

어제 카드를 찾는 걸 본 찬혁이가 기현이에게 다가와 묻습니다. 

"형. 카드 찾았어?"

"아니. 없어. 근데 괜찮아."

얼굴빛이 평온해진 기현이가 찬혁이를 보며 웃습니다. 그 모습이 대견해서 편지한번 기현이 얼굴 한번 바라봅니다. 햇살이 따스히 그런 기현이와 나를 비춰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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